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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디지털과세, 법고창신의 지혜 필요하다

최종수정 2018.08.16 11:50 기사입력 2018.08.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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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내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조세협회 제72차 세계총회의 대주제가 ‘디지털 경제 하에서의 과세 문제’이다. 전세계적으로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 과세’ 도입 논의가 뜨거운 감자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지구촌의 조세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제조세 분야 올림픽에서 핵심주제로 심도 깊게 논의될 것이다. 논쟁의 발단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7년 9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업체가 제공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원천과세, 디지털 광고수익에 대한 과세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나아가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현재 프랑스 주도하에 ‘형평세(equalization tax)’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형평세란 글로벌 기업이 진출한 국가에서 매출이 발생하였다면 순이익과 무관하게 그에 상응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이다. 형평세가 도입되면 연매출의 2% 정도를 세금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경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의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즉, 물리적 실체에 기반을 두는 전통적 경제와는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상거래유형으로서는 인터넷 광고, 앱 스토어, 온라인 쇼핑,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디지털 경제는 특정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이동성’, 새로운 참가자들이 증가할수록 기존의 사용자들이 누리는 편익이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 정보사용자들이 무료로 참여하고 그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해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원천의 다양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갖는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국제조세 분야도 예전과는 다른 현실적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외국기업의 사업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조세의 기본법리이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외국기업이 국내에 두고 있는 공장 등 시설을 고정사업장이라고 한다. 물리적 공간에서 사업이 행해지는 전통적 경제에서는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고정사업장의 설치가 필요했으므로 국세청은 비교적 용이하게 그 사업장을 파악하여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면 디지털경제에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앱 스토어의 고정사업장은 어디일까? 전통적 국제조세 법리상 서버가 고정사업장이 되므로 만일 외국기업이 서버를 역외에 두고 사업을 한다면 국내에서 아무리 많은 소득을 얻더라도 국세청은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다. 앱 스토어를 이용하여 다운받는 고객이 있는 국가에 고정사업장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행법상 수용하기 어려운 견해이다. 더 이상 굴뚝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전통적 고정사업장 개념에 부합하는 장소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리적 실체와 무관한 ‘디지털 실체’ 또는 ‘가상의 고정사업장’ 등 새로운 고정사업장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우회이익세’라는 세목을 도입하여 국내에 굴뚝이 없는 IT기업을 과세 범위 내로 포함시켰다. 인도는 디지털 재화를 소비하는 행위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균등부과세’를, 터키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에 대한 과세를 위하여 ‘전자상거래에 대한 원천징수세’를 각각 도입하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관람할 때 납부하는 부가가치세도 디지털 경제 하에서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부가가치세법상 재화나 용역의 공급장소가 국내라면 외국기업도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질 수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에는 그 카페와 영화관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장소가 됨은 명백하다. 그러나 휴대폰을 통하여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 그 공급장소는 어디일까? 유튜브 서버가 있는 장소일수도 있고, 개별 스마트폰 이용자가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바로 그 장소일 수도 있다. 기존의 우리나라 판례들을 보면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의 공급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공급지를 판단하고 있다. EU나 일본은 제공되는 용역의 특성별로 공급장소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 부가가치세법은 전자적 용역에 대해서도 ‘역무가 소비되는 장소’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공급장소의 판단도 사안마다의 해석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게 된다. 향후 발생하게 될 더 많은 디지털 거래 유형에 대비하여, 지금이라도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전광석화와 같은 I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경제의 세무 문제는 이제 모든 산업 및 소비 영역으로 넘어왔다. 굴뚝산업 시대의 전통적인 조세 체계가 디지털 경제 시대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알맞은 옷’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 상품을 누구보다도 빨리 소비하는 얼리 어답터 국가이기도 하지만, 기술 및 무형자산의 소유자로서 이를 수출하는 세계적인 IT 강국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국제조세의 패러다임이 변할 필요는 누구라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변화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 하에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합리적 틀 안에서 행해져야 할 것이다. 기존 제도에 담긴 지혜는 그대로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옛 선현(先賢)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예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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