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승자가 쓴 '언젠가 다시 한 번'이다. 원래 연과 행이 있으나 이어 썼다. 그의 시집 〈즐거운 일기〉에 실렸다. 장석주는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에서 여러 필자를 인용해 최승자의 시를 정리하였다. 그것은 '사랑받지 못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신음'(김현), '근원 상실을 생래적 조건으로 받아들이고'(정과리) 있으며 '세계로부터 자신을 유폐시키는 부정성의 언어를 밀고 나감으로써 그러한 세계의 오염을 견뎌 내려는 고독한 자의식에 붙들려'(이광호) 있다.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에서 김영태는 달콤하게 노래한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낙타처럼 걸어간다'고 했을 때 '타박타박'은 왈츠의 스텝 같아서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사막을 떠오르게 하지 않는다.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식지 않은 사랑뿐이라고 걸으면서 가만히 내 반쪽 심장에 끓이는 더운 물뿐이라고' 이런 구절은 여간 비위가 좋거나 자기 확신이 강하지 않다면 쓰기 어렵다.
그 거리가 어땠든, 최승자도 김영태도 타박타박 두 발로, 두 다리로 걸어 가야 한다. 최승자는 산 이를 향하여 죽은 이의 걸음으로, 김영태는 죽은 이를 향하여 산 이의 걸음으로 간다. 최승자는 너에게, 김영태는 그대에게. 최승자의 너는 가깝지만 세계의 낯선 모퉁이만큼이나 멀리 있고, 김영태의 그대는 제일(祭日)에 찾아가는 산기슭이지만 심장의 감각으로는 커피숍처럼 가깝다. 그 길에 무엇이 가로놓였을지 어찌 알랴. 시만 읽고 사람의 영혼을 어찌 더듬을 수 있으랴. 또한 거리란 마음의 지각인 것을.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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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이름에 속았다"…땡볕에 거리로 나온 '연...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