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난이도·수준 따져 급여 책정…세제혜택으로 성과급 유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산업용 금속가공기를 제조하는 A사의 본사 건물 외관은 호텔 리조트나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본사 건물안에는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등 직원 복지를 위한 시설이 가득하다. 가공기 분야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이지만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회사 대표는 "연구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인데 직원 중심 경영을 펼쳐도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년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혁신해 직무별 숙련도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직무별 난이도와 수준 등을 따져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 '직무급' 제도다. 미국ㆍ독일 등지에서는 직무급이 보편적이다. 이런 영향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20%도 채 나지 않는다.
호봉 상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제는 우리 기업들의 주된 임금체계다.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다보니 세대ㆍ업체ㆍ업종간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대기업에 다니면 직무 난이도가 낮아도 직무 난이도가 높은 중소기업 직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가속화하는 연공서열 임금체계는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ㆍ업종ㆍ지역적 특징을 반영한 직무평가 도구를 개발ㆍ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제 혜택으로 '中企 성과급 유도'=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임금은 월평균 501만6705원으로 전년보다 3.9%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311만283원으로 3.4% 상승에 그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기업의 80% 수준이었던 중소기업의 임금은 2009년 65%, 2011년 62.6%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 연구위원은 "근로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급여를 올려주는 경우 세제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임금격차 완화 방안으로는 ▲근로자와 이익 공유제 실행 중소기업에 정부 지원 사업 우선 매칭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액공제, 소득세 감면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25%로 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병길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중소기업 직원의 저임금, 보장성 미흡, 불평등을 정책적, 제도적, 법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청년실업 해소의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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