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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보다 '웰다잉'…죽음을 배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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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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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웰다잉(well-dying)'을 공부하고 나서 삶이 180도 변했어요.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삶의 질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3년 전 '웰다잉전문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김석재(63)씨는 죽음에 대해 공부한 이후 삶이 이 같이 변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관리 운영 일을 했던 그는 한국 장례문화의 과도한 상업화에 대해 회의를 느낀 후 죽음과 웰다잉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웰다잉 전문가가 됐다. 김씨는 "늙어서 묘자리나 수의만 준비할 게 아니라 젊을 때부터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각종 질병이 증가하고 1인 가구가 확산하면서 웰다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웰다잉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해 평안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죽음은 꺼릴 게 아니며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7만5700명으로 1983년 사망원인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은 12년째 1위를 기록했고 청소년 자살 비율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삶과 죽음에 대한 존엄한 인식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남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는 데 목적이 있는 웰다잉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죽음준비교육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진행한 웰다잉전문지도사 과정 수료생은 지금까지 1000명을 넘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각종 연구소와 협회 등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웰다잉을 배우는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복지사나 강사, 종교인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는 젊은 사람들도 자신과 부모의 미래를 위해 죽음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병찬 한국죽음준비교육원 원장은 "과거에는 죽음 얘기만 나오면 모두들 거부했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하다보니 죽음 준비를 젊을 때부터 해야 한다고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오늘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는 분이 있는 것처럼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식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순간순간 충실히 살게 돼 현재의 삶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에 서울시도 각종 웰다잉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웰다잉 투어'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16회에 걸쳐 261명이 참여했으며 올해도 15회의 투어가 예정돼 있다. 공단 관계자는 "웰다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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