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주하기 전까지 2년이라도 살아볼까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고덕주공 7단지 25평(공급면적 82㎡)이 2억5000만원에 나왔다는 말에 달려갔는데 벌써 거래가 돼버렸다네요. 30년도 넘은 낡은 아파트 전세가 한달새 5000만원 오르다니…."(강동구 길동 K씨)
지난해 5~6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의 전세가격은 가을, 겨울을 거치며 일주일새 0.10% 내외의 오름폭을 보이더니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가파르게 상승, 지난주에만 0.27%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9년 9월 이후 5년4개월여만에 최고치다.
송파구(0.70%)가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강서구(0.41%), 서초구(0.39%), 동대문구(0.37%), 강남구(0.35%), 강동구(0.28%) 순으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서초는 한양, 신반포 한신5차 등의 재건축 이주 영향으로 잠원·반포동 일대는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잠원동 한신16차에선 1000만~3000만원 높은 전세물건이 나타났다.
강동구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주공4단지가 이주를 시작한데 이어 이주가 임박한 삼익그린1차와 주공2단지가 가세하면서 매물 자체가 사라졌다. 중개업소에선 "전세는 구하는게 불가능하니 주택으로 알아보거나 경기도 광주 쪽으로 가보라"고 권할 정도다.
이에 세입자들이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시장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성남 분당의 경우 전세수요가 이어지면서 지난 주 야탑동 장미현대, 탑경남, 정자동 느티공무원3단지, 정든한진8차 등이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일산은 학군이 우수한 단지 중심으로 전세문의가 늘었는데, 백석동 백송6단지대우벽산과 주엽동 강선5단지건영동부 등이 250만~500만원 올랐다.
한동안 잠잠하던 광명의 전세 오름폭도 다시 커졌다. 하안동을 중심으로 주공4·5·8단지 등이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수원은 망포동 망포마을동수원LG빌리지I가 500만~1000만원, 영통동 황골주공2단지는 250만~500만원 가량 오르며 주변 시세를 끌어올렸다.
이같은 전세난과 전세 품귀현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음달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500여가구, 수도권 전체로도 4773가구에 불과해 이달보다 최소 1400여가구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이승진 연구원은 "서울은 예년 평균보다 줄어든 입주물량에다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 막바지 학군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세가격 급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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