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야당은 국회가 아닌 장외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늘로 사흘째 유동 인구가 많은 광화문 광장·강남·명동 일대에서 피켓을 들고 '인간띠 시위'를 하면서 대국민 호소 작전을 펴고 있다. 장외 투쟁의 명분은 '여·야·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이라지만 정작 내부에서조차 "실질적인 3자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먼저 껴안은 건 야당이었다. 그러나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유가족과 소통하지 못해 두 차례의 협상을 좌초하게 만들었다. 유가족이 여당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야당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수세에 몰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의 판세를 가른 건 결국 '전략'의 차이다.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한 여성이 주목을 받았다. 이 여성은 피켓에 '새누리, 너희의 사악함에 질린다. 새정치연합, 너희의 멍청함에 놀란다'는 문구를 적었는데, 이에 공감하는 누리꾼들이 적지 않았다. 과격한 표현이 주는 거부감에도 불구, 야당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야당이 가져야할 방향성의 부재와 리더십의 공백, 계파 간 갈등이 뒤섞인 모습이 지금의 야당이다. 무작정 장외로 뛰쳐나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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