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14일 시위대 지도부와 만나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광장 내 게지공원 재개발 계획 잠정 중단 의사까지 발표한 뒤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다. 최후 통첩을 거부한 시위대에 무력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처럼 큰 소란이 지나간 후 터키에는 적잖은 상처가 남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6월 15일자)는 터키 정부와 경제가 이번 소요로 큰 교훈과 숙제를 얻게 됐다고 평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로 터키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20% 폭락했다. 비교적 탄탄하다고 여겨졌던 터키 경제의 위험 요인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 터키는 경제성장 여부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였다. 주요 무역 상대인 유럽의 불황, 이웃 나라 시리아 문제는 터키 경제를 언제든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터키의 경제성장률은 2%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터키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흐멧 심섹 재무장관은 "터키 경제가 10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심섹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불과한 공공부채 비율, 낮은 가계ㆍ기업 부채 비율을 증거로 내세웠다. 일자리도 많이 늘었다. 은행 건전성은 국제 기준의 두 배다. 외환 보유고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터키 경제가 과거 고도성장을 재현하기 쉽지 않아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따가워지고 있다.
터키 리라화가 18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에서 평가 받은 것은 터키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피치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업체들이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터키 경제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경제의 가장 큰 맹점으로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들었다. 저축율이 낮은 터키로서는 부족한 자본을 메워줄 외국인 투자가 절실하다.
그러다 보니 단기 자금, 다시 말해 '핫머니'가 터키 경제를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올해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 총리가 해외 투자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가 "고금리 로비 세력이 터키인들의 땀을 착취해왔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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