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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먹고 싶은데 아저씨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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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값 2배 이상 올라 5개 한봉지에 5000원
-하루벌이 절반이 재료비
-군고구마 냄비 출시, 체인 분식점 등에 막혀
-거리음식 거리서 내몰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17일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신방식(59)씨. 점차 주위에서 찾기 어려워지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17일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신방식(59)씨. 점차 주위에서 찾기 어려워지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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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5개 5000원이요!"
최근 군고구마 장사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구마 값 급등과 군고구마 직화냄비 출시 등으로 올 겨울 군고구마 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한 까닭이다.

17일 저녁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어렵게 군고구마 상인을 만날 수 있었다. 신방식(59) 씨는 군고구마통 옆에 고구마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군불을 때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구마값이 너무 올라서 장사하기가 여간치 않지. 손님들은 비싸다고 발 돌리고 팔아봤자 남는 것도 없으니 다들 장사 접고 들어간 모양이야. 나야 쉬엄쉬엄 소일거리 삼아서 나와있지만…. 돈 벌려고 나온 사람 같으면 못 버티지."
신 씨가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5개입 한 봉지에 3000원이었지만 지금은 5000원으로 개당 1000원꼴이다.

이날 신 씨에게 군고구마를 산 손님들은 하나같이 "이게 5000원치예요?"라며 한 마디씩 했다. 굵기도 예전만큼 크지도 않고 개수도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고구마 가격이 오르니까 어쩔 수 없어요. 여기서 더 담아주면 내가 남는 게 없어."

점점 손님들에게 담아주는 고구마양은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신씨에게 쥐어진 돈이 늘어난 건 아니다. 썩은 고구마는 골라내 버리고 성한 것이라도 꼼꼼히 다듬다보면 10Kg 고구마 한 박스에서 10~15% 가량의 손실이 생긴다. 군고구마로 팔 수 있는 양은 약 9kg으로 10봉지 정도 나올 수 있는 양이다. 불에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한 봉지 당 800g정도를 담을 수 있다. 손대중으로 척척 중량을 맞추다보면 자잘한 크기는 6개 정도 담는다. 남는 것 없다지만 말만 잘하면 손가락만한 고구마는 덤으로 줄 수 있다.

그는 "오후 4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나와서 팔면 10kg 4박스 정도가 나간다"며 "반나절 서 있는 것 치고는 수입이 썩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루 4박스에서 40봉지를 판다고 했을 때 버는 수입은 20만원이지만 한 상자가 3만~4만원씩 하다보니 정작 손에 쥐는 것은 8만원도 채 안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대 고구마 한 박스(10kg)를 2만2000원에 사오곤 했지만 지금은 3만7000원까지 오른 것. 지난해 여름 잦은 비로 고구마 값이 2배 가까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신 씨는 "땔감으로 쓰는 참나무도 예전에는 공사장에서 쓰다 남은 목재를 쓰곤 했는데 지금은 한 다발에 1만원씩 주고 따로 사와야한다"며 "그나마 여기는 유동인구가 많아서 잘 팔리니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길거리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 왔다는 직장인 최 모씨는 "마트에서 군고구마 냄비를 구입한 이후 군고구마를 사먹는 일이 없어졌다"며 "체인점 떡볶이집이 인기를 끌면서 포장마차 떡볶이가 하나 둘 안 보이기 시작하고 지금은 호떡, 국화빵, 붕어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하면서 길거리 음식들의 표정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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