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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장만 있고 협상은 없던 '의정협의 36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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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장만 있고 협상은 없던 '의정협의 36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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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30일 오후 3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5명씩이 의료현안협의체 5차 회의를 시작했다. 1시간 30분간 정부는 '의료인력 양성 필요성'을, 의협은 '병상 관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양측이 가져온 자료를 다 읽자 회의 종료시각이 됐고, 토의는 없이 헤어졌다"고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의협 관계자는 말했다. 그 이전, 그 이후 회의 모두 회의 분위기는 비슷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에 지정한 의대 증원 회의록 제출 마감일인 10일, 의협 내부자료인 '의료현안협의체 운영현황'을 입수해 읽어보니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회의 분위기가 문서에서도 느껴졌다. 이 문서는 367일 동안 27차례 열린 회의의 주요 내용이 일자별로 정리돼 있다.

19쪽 분량인 문서는 고장난 녹음기 녹취록 같다.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 필요'와 '국민의 뜻을 의료계에서 알아줘야 함' 등 증원 방침을 18회 반복했다. 그때마다 의협은 '정책 실패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미확립을 의대정원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적절'이라는 반대를 반복했다. 서로 상대 요구에서 타당한 부분을 수용하고 미흡한 부분은 수정 제안하는 '협상 과정'은 문서에 없다.


의협은 필수의료 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한 의정협의체에서 '지역의 의료생태계를 파괴하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차단'을 지난해 3월16일 3차 회의부터 12월20일 22차 회의까지 주장했다. 수도권에 들어설 대학병원 분원이 의협 회원의 주류인 동네 의원 환자를 흡수하니 설립을 막으라는 뜻이다.


문서 9쪽에는 '의료계 협상단을 개편하고, 정부와 적극 협의하라'는 지난해 11월3일 의협 대의원회 권고 사항이 빨간색 테두리로 강조돼 있다. 일견 대화의 자세지만, 취재 결과 실상은 협의체가 복지부에 끌려다닌다는 내부 비판에 따라 협상단을 강경파로 교체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강경 일변도가 지금의 의료사태로 이어졌다.

정부는 의정협의체에서 증원을 논의했다고 하고, 의협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서를 읽어보면 양측 주장이 다 맞는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논의하자고 ‘제시’했지만, 의료계와 ‘협상’하는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작년부터 지금까지 자기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고수하면 의료사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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