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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일자리도, 희망도 없다...인도와 중국의 청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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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7000명을 뽑는 일자리 공고에 지원한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이력서를 내기만 한다면 채용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청년들은 지난 2월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됐다. 주 경찰청의 6만7000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든 구직자는 무려 48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인도의 실업 위기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임을 상기시켜주는 대표적 사례다. 청년층의 불균형에도 여파를 미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2024년 인도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한 15~29세 청년층의 노동시장참여율은 42%에 그쳤다. 30~59세의 노동시장참여율 62.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러한 청년층 노동시장참여율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2000년 54%와 비교해서도 급감했다. 근로자 비율 측면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확인된다.

분명한 것은 인도가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때 중국과 경쟁할 것이 확실시됐던 인도의 제조업 부문은 최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인도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글로벌 무역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중국의 수입은 인도의 총수입보다 2.3배 빠르게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인도의 대중국 수출이 연간 160억달러 규모로 성장세가 둔화한 데 반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700억달러에서 지난해 1010억달러를 돌파해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


중국과 인도 모두 청년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인도에서는 약 1300만명의 청년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역시 신규 졸업생 규모만 12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실업 문제는 인도에 있어 더 큰 골칫거리다.


인도 경제는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8%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자리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수요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8%로 파키스탄(10%), 방글라데시(12.3%) 등 이웃 국가들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마저도 15.9%로 인도보다 조금 낮았다.


중국의 경우 일자리 부족 문제뿐 아니라 자동화로 노동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매년 대학에서 수백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만연한 실업 문제는 갓 사회생활에 뛰어든 젊은 졸업생들을 취약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은 할 수 없이 장시간 근무 등 독성 있는 일자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학위와 무관한 비숙련 육체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사례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지친 청년층이 직장에 작별을 고하는 파티를 여는 사직 축하 행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나타난 청년실업난의 여파는 이제 전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폭발적이며 즉각적으로, 국경 밖까지 문제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퓨 리서치 추산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불법 이민자 가운데 인도인이 3위를 차지했다.


일자리가 절실한 인도 청년들은 이제 더 나은 급여를 받기 위해 분쟁, 전쟁지역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인도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해 올해 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하리아나주에서 채용캠페인을 진행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만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학자들은 청년실업이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해 글로벌 공급망에까지 혼란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2022년 중국의 노동시장 규모는 4100만명가량 축소됐다. 이러한 추세가 경제 전망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중국의 투자, 금융, 무역 등이 지정학적으로 주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에도 경제적 파급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의 전통적인 직장 문화는 청년층의 압박을 한층 가중하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양국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화하기에, 신입직원들에게는 장시간 근무가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 휴일과 휴가에는 난색을 표하고, 상사는 주 70시간 근무를 은근히 부추긴다. 이에 청년층의 번아웃은 점점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업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도는 최근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중국에도 외국인 투자 유치가 최우선 과제로 손꼽힌다.


더욱이 양국 정부가 향후 10년 내 실업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는 정신건강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청년층에게는 여전히 첫 직장을 구하는 일이 불확실하기만 하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나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더 유망한 미래의 길을 닦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카말라 티아가라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SCMP칼럼]일자리도, 희망도 없다...인도와 중국의 청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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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No jobs, no hope: how India and China are grappling with youth crise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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