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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컬럼비아대 반전시위로 반쪽 난 뉴욕…美 대선 주요 변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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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시작으로 美 대학가 시위 확산
뉴욕 反이스라엘 vs 反팔레스타인 시위로 반쪽
"아랍계·젊은층 민주당 이탈…美 대선 변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범죄는 국제법, 유대법은 물론 인권이란 기본적인 가치에도 반합니다.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국가 건설을 위한 유대 민족주의)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컬럼비아대 학생들과 이를 지지하는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집회는 사람들을 죽인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행위일뿐입니다".


2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대학가의 반전 시위를 촉발한 뉴욕 컬럼비아대 앞. 대학 측이 오후 2~4시 지정된 시간을 제외하고는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가운데 일요일 오전부터 학교 앞에선 두 무리의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가 동시에 벌어졌다. 이스라엘 국기를 몸에 휘감은 소수의 시위대와 정통 유대교 복장을 한 십수명의 시위대는 서로 마주치자마자 거친 말을 쏟아내며 집회를 이어갔다. 다만 뉴욕경찰(NYPD)이 곳곳에 배치되면서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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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대학들이 반전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시위는 뉴욕대, 예일대, 하버드대 등 동부를 넘어 서부, 미 수도인 워싱턴 D.C.까지 들불처럼 확산세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전쟁의 발단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 대응과 이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격렬한 반전시위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발단은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다. 샤피크 총장이 최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반유대주의가 학교에 발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친팔레스타인 성향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샤피크 총장실 인근에 텐트를 설치하고 기습 농성에 들어갔다. 샤피크 총장은 경찰에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지만 현재 컬럼비아대에는 더 많은 텐트가 들어섰고,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반이스라엘 학생 시위대와 학교 당국, 경찰이 충돌하는 가운데 경찰에 연행된 대학생만 수백명이 넘는다.


이날 컬럼비아대 앞에서 반전시위에 참석한 유대교 랍비인 도비드 필드먼은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컬럼비아대 학생들 중 상당수가 유대인이고 나도 유대인"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같은 일부 유대인 개인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비판은 결코 반유대주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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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유대교 복장을 한 시위대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피켓에는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대표하지 못한다', '정통 랍비는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에 반대한다', '반이스라엘이 반유대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자와 모든 팔레스타인인에게 자유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컬럼비아대 앞에서 만난 정치학과 재학생인 클로이 씨는 "캠퍼스 내 반전시위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 문제와 전쟁 종식을 위한 것"이라며 "그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컬럼비아대 인근에는 십수대의 자동차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꽂고 큰 경적을 울리며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차량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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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선 대학가에서 확산되는 반전시위와 이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테러리스트를 대변할뿐이라며 맞불 집회에 나섰다. 유대인에 대한 위협과 반유대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뉴욕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60대의 론 미즈라히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대를 가리켜 "저들은 테러리스트를 지지하고 있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이들을 지지하고, 유대인을 죽이려는 욕망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인 살해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시에는 현재 94만4000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반전시위로 친팔레스타인, 친이스라엘 세력의 충돌이 확산되자 유대인과 무슬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경찰(NYPD)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현재까지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는 103건 신고됐고,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는 10건이 신고됐다. 지난해는 각각 68건, 2건이었는데 모두 급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대학가 반전시위 확산은 오는 11월 미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시위대를 비판하면서도 대학 캠퍼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젊은층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번 대학가 반전시위를 놓고 일각에선 68혁명과 시위 전개 흐름이 유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지난 1968년 4월에도 학생들이 베트남전 반대를 외치다 경찰에 수백명이 체포됐다. 그 해 역시 미국에선 대선이 있었고, 당시 대선에선 미군 파병을 결정한 민주당 소속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당선됐다.


김동석 미주 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은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반유대주의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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