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터 경제민주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2012년 당시 한나라당,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오가며 선거 승리를 이끈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정치 철새'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런 그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에 "찬성할 부분도 있다"는 의중을 밝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친기업 성향으로 일관했던 국민의힘이 앞으로는 사안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천명한 셈이다.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김 위원장의 기업관은 분명히 친기업적 성향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도 "재벌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혁적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이같은 성향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이 경제민주화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과거 친재벌적 성향으로 비판받아왔던 당내 주요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호응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김 위원장은 "당선되고 나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안 지켰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줄곧 비판하면서 이를 국민 신뢰를 잃은 요인 중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당 내에 김 위원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점도 엄연한 현실일 것이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중진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노선이 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이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단순히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에 협력하는 것을 넘어, 이슈를 주도할 여력을 갖췄는지다. 민주당 이슈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반발을 어떻게 진화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전통적인 친기업 보수색을 쉽사리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의 '독주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슬슬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독선적 리더십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조해진 의원도 "의원총회와 별개로 움직인다"고 경계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독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변화는 8년 전처럼 또 다른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그리웠다, 빨간 뚜껑'… 옛날 포장 그대로 돌아온...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