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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된 폐콘크리트가 시멘트 원료로"…탄소저감 속도내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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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오스트리아 시멘트 공장 방문
혼합재 사용 늘려 클링커 사용량 줄여
폐비닐 등으로 화석연료 대체

그리스 제2 도시인 테살로니키에서 차로 35분 거리에 위치한 타이탄(TITAN) 에프카르피아 공장. 이 시멘트 공장은 주 원료인 석회석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탄소 저감을 위해서다. 석회석과 부원료인 점토 등을 고온에서 구우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성로(킬른)를 1450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한다. 이때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공장에선 시멘트 제조 시 혼합재 사용을 늘려 클링커 사용량을 줄였다. 혼합재 사용이 제한적인 국내 시멘트 업계와 대비된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 저감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았다.


칼로게라코스 안젤로스(Kalogerakos Angelos) 타이탄그룹 전체 공장 총괄책임자는 20일(현지시간)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고 혼합재 사용 비율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 탄소 저감 방법”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석회석은 시멘트 제조 시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시멘트 1t을 제조하면 통상 약 700㎏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가운데 클링커 생산을 위한 석회석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420㎏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에프카르피아 공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부터 테살로니키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를 비롯해 클링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혼합재를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혼합재 비율은 25% 정도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근 홀심(HOLCIM) 시멘트사의 매너스도프 공장 내 재활용센터에서 벽돌 등 폐건자재들이 분쇄돼 쌓이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근 홀심(HOLCIM) 시멘트사의 매너스도프 공장 내 재활용센터에서 벽돌 등 폐건자재들이 분쇄돼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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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재를 통한 시멘트 산업의 탄소 저감 노력은 지난 23일 찾은 오스트리아 빈 인근 홀심(HOLCIM) 시멘트사의 매너스도프 공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활용센터 문을 열자 벽돌 등 폐건자재들이 분쇄돼 쌓이는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시멘트 생산에 사용될 대체 원자재가 한 시간에 50~60t씩 만들어졌다. 분쇄된 폐건자재들은 고운 가루가 돼 재활용센터 내부를 떠다니며 뿌옇게 만들었다.


베른하르트 쾩(Bernhard Kock) 홀심 품질 및 환경담당자는 “석회석 대신 많이 사용하는 게 폐건자재인데 대부분 벽돌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며 “50년 전에 사용한 시멘트가 다시 돌아와서 재료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매너스도프 공장은 다양한 혼합재 사용을 통해 시멘트에 들어가는 클링커의 비중을 기존 95~97%에서 66%로 낮췄다.

유럽은 시멘트를 만들 때 고로슬래그, 폐콘크리트, 실리카흄, 포졸란(2종류), 플라이애시(2종류), 번트셰일, 석회석 미분말(2종) 등 총 10종을 자유롭게 혼합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량도 최대 36%다. 이와 달리 국내는 보통 포틀랜드시멘트 기준 고로슬래그, 플라이애시, 포졸란, 석회석 미분말 등 4종 가운데 2종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율도 최대 10%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유럽과 같은 흐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는 “철강 산업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시멘트와 혼합한 슬래그시멘트 한 종류에 불과한 국내와 달리 유럽은 다양한 혼합재를 활용해 석회석 비중을 줄인 혼합시멘트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차단한다”며 “국내 혼합재 사용 기준은 유럽에 비해 종류 및 사용량이 현저히 낮은데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KS 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리스 타이탄 시멘트 에프가르피아 공장에서 아나스타시오스 셀레기디스 재무행정부장이 소성로(킬른)를 가리키며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리스 타이탄 시멘트 에프가르피아 공장에서 아나스타시오스 셀레기디스 재무행정부장이 소성로(킬른)를 가리키며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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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매너스도프 공장의 대체연료 보관소에도 폐플라스틱 등을 담은 트럭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총 4500㎥ 공간의 보관소는 3개 구획으로 나뉘어 트럭을 맞이했다. 트럭 한 대는 25~30t 분량으로 하루에 300~400t 정도가 보관된다. 이를 통해 매너스도프 공장은 화석연료를 최대 90%까지 대체하고 있다.


35%에 불과한 국내 시멘트 업계의 대체연료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의 경우 연료 대체가 100% 이뤄진 시멘트 공장도 등장한 상황이다. 피터 호디노트(Peter Hoddinott)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유럽은 탄소중립 방안으로 클링커 사용 축소를 통한 저탄소 시멘트 확대와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확대한 뒤 궁극적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할 계획”이라며 “한국 시멘트 업계도 현재 다소 정체돼 있는 순환자원 재활용률을 유럽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찾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근 홀심(HOLCIM) 시멘트사의 매너스도프 공장에서 트럭에 실려온 폐플라스틱 등이 대체연료 보관소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근 홀심(HOLCIM) 시멘트사의 매너스도프 공장에서 트럭에 실려온 폐플라스틱 등이 대체연료 보관소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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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살로니키·빈=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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