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오는 31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한을 앞두고 영국과 EU 정상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양측이 전환기간을 놓고 여전히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만남의 성과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렉시트 이후 본격화할 미래관계 협상을 두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연내 마무리'를 강조한 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입장 차를 드러낸 것이다.
8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회동했다. 둘의 만남은 지난달 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이 직접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견례보다는 실무협상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대 이슈인 브렉시트 시기에 대해 양측이 첫 만남에서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이번 회동에서 브렉시트 이후 본격화될 미래관계 협상을 연내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양측이 긍정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면서 "총리는 2020년 12월31일 이후로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존슨 총리를 만나기 전 런던정경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전환기간이 사실상 9~10개월에 불과하다면서 기간 내에 포괄적으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basically impossible)하다"고 언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존슨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를 전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영국과 EU는 합의에 따라 브렉시트가 이행되더라도 올해 말까지 설정된 전환기간까지 현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한다. 전환기간 동안 양측은 무역협정, 안보ㆍ외교 정책 등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EU법에 따라 이 협상은 브렉시트 절차가 모두 끝난 오는 3월에 시작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협상이 시한 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전환기간을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존슨 총리가 지난달 EU 탈퇴협정 법안(WAB)에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해 조만간 의회의 문턱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이뤄지지 못해도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무역의 경우 전환기간 내 합의를 하지 못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하게 돼 사실상 '노딜(No Deal)' 브렉시트 성격을 띠게 된다.
EU는 전환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환기간은 매우 빠듯하다"면서 연장되지 못한다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협상에 대해서는 "관세, 쿼터, 덤핑이 없는 새 무역협정을 바란다"면서 "이 논의가 이상적으로는 올여름 이전에는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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