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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국내 맥주 제조산업의 위기와 종량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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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지면이 낮은 네덜란드에서 심부름을 다녀오던 한 꼬마가 둑에 있는 구멍에서 물이 새는 것을 보고 그 구멍을 막아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나라를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빠른 판단과 대처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시장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하는데 법령이나 제도의 미비로 인해 역차별이나 불균형이 발생하고 해당 산업은 쇠퇴하는 많은 사례들을 봤다. 이미 정부의 미비한 대책과 늑장대처로 인해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며 그 산업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산업의 자산이 공중분해돼 많은 국가적인 손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판단과 대처는 답답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규제산업 중 하나인 주류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빠른 대처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위스키산업은 산업공동화로 인해 국내산업 기반이 모두 무너져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런 뼈아픈 경험이 있음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30% 수준까지 치솟은 수입맥주를 보고도 세부검토와 조율을 이유로 종량세 도입을 계속 미루기만 하고 있다.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지 않으면 업계 추정 수입맥주 점유율이 30%로 추산할 때 약 7500개의 일자리 손실과 65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손실이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량세는 정부에는 고민거리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이고 국내 맥주산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함께 시장은 현재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나 정부는 너무 여유롭다. 그로 인한 국내 맥주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볼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의 일부인 주세라는 세입수단의 관점이 아닌 수많은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고 맥주라는 식품을 제조하는 산업의 관점에서 국내 맥주산업을 다시 한번 봐주길 바라고 빠른 종량세 도입으로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상황을 막아주길 바란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제도의 변화가 미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6개월 동안 세 번을 연기한 후 "단언하기 어렵다"는 말로 일축해 업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그동안 해당 산업에서 입을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나 이야기조차 없는 것은 너무하다. 작년부터 11개월 동안 국내 맥주업체들은 너무 많은 희망고문을 받았다. 최근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폐업을 논의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벼랑 끝에 선 국내 맥주제조업체들을 밀어 떨어트리는 단계가 된 것이다.


작년부터 종량세와 관련해 많은 인터뷰와 보도자료를 작성하면서 "잘못된 걸 바꾸자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며 희망을 가지고 종량세 도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단언컨데 종량세가 도입되지 않으면 국내 맥주산업의 미래는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국내 맥주산업은 앞서 이야기한 국내 위스키산업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만약 네덜란드의 그 꼬마가 둑에 있는 구멍을 막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한다. 제발 국내 맥주산업의 상황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주길 강력히 촉구한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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