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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형 '집착' 운용엔 '무관심'…퇴직연금 수익률 왜이리 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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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주식시장도 안좋지만 시장 구조적 문제가 더 심각
美·호주처럼 자산배분은 필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해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권해영 기자] 퇴직한 직장인들의 최후의 보루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는 낮은 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등 시장 상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1~2%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가입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다 몇 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는 외국 퇴직연금 사례들을 살펴보면, 현행 운영 제도의 문제점도 확인된다. 퇴직연금의 '자산배분' 차원에서 금융회사가 투자 상품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물가에도 못 마치는 수익률, 증시 탓?=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았던 데에는 일차적으로 주식시장 등 시장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주식에 투자하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5대 시중은행(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2.04~2.17%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예ㆍ적금 이자율이 낮아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지난해 수익률(0.77~0.89%)보다 높았던 것은 주식 등에 투자했던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2017년 5대 시중은행의 DC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은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6.03~6.97%를 기록했다.


반대로 지난해는 5대 시중은행 DC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6.36~-3.76%로 곤두박질쳤다. 금리 상승 등으로 원금 보장형 의 수익률이 올랐지만 원리금 비보장형에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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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형 90%, 구조적 문제=시장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일부 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 예ㆍ적금에 맡겨두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월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172조원 중 은행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은 90%에 달한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0%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1~2%대를 넘어서기 힘든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현재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회사의 인사ㆍ재무관리자들이, DC형은 근로자가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양쪽 모두 금융지식 등이 높지 않은 데다 노후 대비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 등으로 안전을 선호하는 쪽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한다.


가입자는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따라 투자의사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사실상 기존 방식대로 방치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90.1%가 운용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도 만기시 상품 변경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결국엔 같은 상품으로 재예치 되거나 대기성 자금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한해 가입자가 운용대상과 비중, 위험도를 지정해 이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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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호주처럼 '자산배분' 필수=근본적으로는 퇴직연금 운용시 자산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 투자 비중을 낮추고 채권, 주식, 대체투자 등으로 투자 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퇴직연금은 주식 투자 비중이 10%에도 못미치지만 미국 퇴직연금인 401k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을 통해 주식 투자 비중이 연령대별로 50~70%대다. 호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주식 투자 비중이 50%, 부동산ㆍ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이 15%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현재 운용관리 금융회사와 자산관리 금융회사를 상대로 계약하는 계약 형식 대신 별도의 수탁법인을 맡겨 자산운용을 직접 위탁하는 것이다. 기금형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전문가를 포함한 이사회가 운영방침 등을 결정해 장기적으로 유연한 자산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금형태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의 경우 2017년 7.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계약에 의한 계약 방식에 의해 운용되는 퇴직연금은 1.9%에 그쳤다.


퇴직연금이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호주 맥쿼리인프라 펀드는 외환위기 직후 한국 인프라에 투자, 최소운영수익보장(MRG)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국내 퇴직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ㆍ호주 모델"이라며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 실력을 키우는 한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퇴직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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