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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주말엔 사장만 일하는 '1인 공단'…"1.5배 수당에 직원 쓸 엄두도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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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둔 시화산단 가보니…

납품기일 앞당겨졌지만 생산량 뚝 떨어져 적막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문제
풀리지 않을 땐 사업 접을 것"
산업단지, 불황·인건비 상승에 활력 잃어

16일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 위치한 성진정밀의 홍찬표 대표가 머시닝센터를 점검하고 있다.

16일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 위치한 성진정밀의 홍찬표 대표가 머시닝센터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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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시화산단(안산)=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경기도 안산 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성진정밀. 이 회사 홍찬표 대표는 일요일인 16일 기계를 수리하러 아내와 함께 공장에 나왔다.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홍 대표는 "주말에 직원들을 작업에 동원하면 오히려 손해"라며 "주말 수당이 1.5배나 되는데 이렇게 주고 나면 우리가족 생계도 걱정일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신 머시닝센터(구멍뚫기, 속파기, 나사치기, 면깎기 등 여러 종류의 가공을 할 수 있는 공작기계)의 볼트를 풀고 조여가며 점검 작업을 했다. 평일에 작업을 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요일에 짬을 냈다.
◆납품맞추러 북적이던 시화산단, 사장들만 나와 일해=추석을 일주일 앞둔 시화산업단지 주말은 적막했다. 예년 같았다면 추석 전 앞당겨진 납품기일에 맞춰 분주했을 산단에는 오가는 차량을 발견하기 조차 힘들었다. 오직 몇몇 사장들만이 불을 밝히고 쌓인 일거리들을 숙제하듯 매듭짓고 있었다. 바쁜 작업 중에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이들은 정부의 친노동 정책, 제조업의 몰락 등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냈다. 한 번 말문을 연 이들의 한탄은 끝이 나지 않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수십년 업력의 기업을 접고 고향 농촌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도 있었다.

추석을 일주알 앞둔 시화산업단지는 고요했다

추석을 일주알 앞둔 시화산업단지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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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부부가 나와서 일하는 성진정밀은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에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EGR)를 납품하는 기업이다. 정밀기계를 40년 가까이 다뤄오면서 쌓인 홍 대표의 노하우가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홍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최저임금 3200원일때 정해진 납품단가는 지금도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세배 가까이 올랐다"며 "연매출이 7억원 정도인데 인건비가 60%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 적자 경영을 해야 한다"며 "농사를 짓기 싫어 열일곱에 상경했는데 다시 돌아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알루미늄 사출을 전문으로 하는 하이테크 이성학 대표의 한숨도 길었다. 이 대표는 "국내 내수는 풀리지 않고 있고 해외 수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납품 물량이 뚝 떨어졌다"며 "나혼자만 사는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살고자하는 사업이지만 요즘 같은 때는 정말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에도 나오지만 희망이 없어=주물 주형 금형 등 뿌리산업의 메카였던 반월산단은 노후화된 산단의 모습이 뿌리업종의 현실을 보여준다.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이정석(가명) 대표는 "앞이 안보인다. 희망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하면서 금형 제작의 납품기간을 맞추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금형업계의 앞날을 내다보면 걱정이 가득하다. 그는 "납기를 못지키면 주문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정부가 업종별로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일반 제품 조립은 일주일 정도 교육시키면 가능할 수 있지만 금형은 초정밀 작업이라 7년 정도 숙련된 인력이 아니면 교대작업도 할 수 없다"고 천편일률적인 정책을 지적했다. 또 "납기를 맞추기 위해 2교대를 하고 싶어도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숙련공이 아닌 노동자에 맡기면 불량품이 발생해 손실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이테크의 이성학 대표가 고속절단기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이테크의 이성학 대표가 고속절단기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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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한 기업들이 예년 보다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금형업계로 들어오던 납품 주문도 줄었다. 이 대표는 "일거리가 없어 최근에 도산한 업체들도 있다"며 "뿌리산업인 금형업계가 어려워지면 공정 특성상 도금이나 열처리 업체 등도 연쇄적으로 상황이 나빠질 것이고 고용은 커녕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까지 줄여야 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와 선박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황동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최동민(가명) 대표도 "자동차ㆍ조선산업의 불황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설령 물량이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월ㆍ시화의 비명 "수출ㆍ생산 악화일로"=산업단지는 한국 경제와 주력산업의 심장과 근육에 실핏줄 역할을 하지만 주력산업의 퇴조와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국 40여개 국가산단의 평균가동율은 80.2%로 전월(81.1%)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절반 가량이 평균에 못미쳤고 녹산(62.9%), 반월(68.2%), 남동(68.9%), 대불 (67.8%), 구미(68.2%) 등은 70%에도 못미쳤다. 반월산단의 경우 가동률이 전년 동월 대비 2.3% 포인트 줄었다. 50인 미만의 소기업일수록 시화산업단지의 가동률은 50인 미만 68.3%, 50인 이상 300인 미만이 81.9% 300인 이상 기업이 87.1%로 나타났다.

소규모 작업장일 수록 가동률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것이다. 가동률의 경우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실제 가동률은 더욱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40개 산단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0%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반월과 시화의 수출 증감율은 각각 -13.1%, -12.0%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고용 증감률도 반월이 -0.5%, 시화가 -0.2%로 역성장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경기도 안산 시화산업단지는 고요했다. 차량조차 발견하기 힘든 이곳에는 공장 임대, 급매를 광고하는 플래카드만이 나부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경기도 안산 시화산업단지는 고요했다. 차량조차 발견하기 힘든 이곳에는 공장 임대, 급매를 광고하는 플래카드만이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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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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