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기일 앞당겨졌지만 생산량 뚝 떨어져 적막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문제
풀리지 않을 땐 사업 접을 것"
산업단지, 불황·인건비 상승에 활력 잃어
[반월·시화산단(안산)=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경기도 안산 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성진정밀. 이 회사 홍찬표 대표는 일요일인 16일 기계를 수리하러 아내와 함께 공장에 나왔다.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홍 대표는 "주말에 직원들을 작업에 동원하면 오히려 손해"라며 "주말 수당이 1.5배나 되는데 이렇게 주고 나면 우리가족 생계도 걱정일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신 머시닝센터(구멍뚫기, 속파기, 나사치기, 면깎기 등 여러 종류의 가공을 할 수 있는 공작기계)의 볼트를 풀고 조여가며 점검 작업을 했다. 평일에 작업을 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요일에 짬을 냈다.
사장 부부가 나와서 일하는 성진정밀은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에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EGR)를 납품하는 기업이다. 정밀기계를 40년 가까이 다뤄오면서 쌓인 홍 대표의 노하우가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홍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최저임금 3200원일때 정해진 납품단가는 지금도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세배 가까이 올랐다"며 "연매출이 7억원 정도인데 인건비가 60%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 적자 경영을 해야 한다"며 "농사를 짓기 싫어 열일곱에 상경했는데 다시 돌아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알루미늄 사출을 전문으로 하는 하이테크 이성학 대표의 한숨도 길었다. 이 대표는 "국내 내수는 풀리지 않고 있고 해외 수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납품 물량이 뚝 떨어졌다"며 "나혼자만 사는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살고자하는 사업이지만 요즘 같은 때는 정말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한 기업들이 예년 보다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금형업계로 들어오던 납품 주문도 줄었다. 이 대표는 "일거리가 없어 최근에 도산한 업체들도 있다"며 "뿌리산업인 금형업계가 어려워지면 공정 특성상 도금이나 열처리 업체 등도 연쇄적으로 상황이 나빠질 것이고 고용은 커녕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까지 줄여야 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와 선박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황동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최동민(가명) 대표도 "자동차ㆍ조선산업의 불황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설령 물량이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월ㆍ시화의 비명 "수출ㆍ생산 악화일로"=산업단지는 한국 경제와 주력산업의 심장과 근육에 실핏줄 역할을 하지만 주력산업의 퇴조와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국 40여개 국가산단의 평균가동율은 80.2%로 전월(81.1%)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절반 가량이 평균에 못미쳤고 녹산(62.9%), 반월(68.2%), 남동(68.9%), 대불 (67.8%), 구미(68.2%) 등은 70%에도 못미쳤다. 반월산단의 경우 가동률이 전년 동월 대비 2.3% 포인트 줄었다. 50인 미만의 소기업일수록 시화산업단지의 가동률은 50인 미만 68.3%, 50인 이상 300인 미만이 81.9% 300인 이상 기업이 87.1%로 나타났다.
소규모 작업장일 수록 가동률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것이다. 가동률의 경우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실제 가동률은 더욱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40개 산단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0%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반월과 시화의 수출 증감율은 각각 -13.1%, -12.0%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고용 증감률도 반월이 -0.5%, 시화가 -0.2%로 역성장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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