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종합시험장에서 현무-2C 미사일이 예정된 사거리를 비행한 후 목표지점(이어도 북방 60km)에 정확히 명중하는 것을 지켜봤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안보 태세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시험발사에 성공한 현무-2C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약 800km에 500kg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한미가 2012년 10월 양국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가능했다. 이 개정으로 2014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사거리 500km급 탄도미사일(현무-2B)의 시험발사를 성공해 실전 배치하기도 했다.
1972년부터 1996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백곰 시스템 설계를 맡은 김병교 전 한화종합연구소 기술 고문은 책을 통해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미국 정보당국의 눈을 피해가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은 1976년 5월경 한국의 미사일(백곰) 설계도 초안이 거의 완성됐다는 보고서를 국무부에 올렸다. 이후 주한 미군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 미 국방부 안보담당 차관보까지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와 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미 안보담당 차관보는 우리 정부에 "(백곰)탄두는 무엇으로 할 것이냐, 탄도미사일 개발 뒤에는 핵을 개발할 것이냐"라며 항의성 질문을 하고 "미국은 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고 압박을 가했다. 1978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백곰 공개발사 행사 후에는 주변 강대국 중 미국이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백곰 성능 개량 당시 영국 페란티사에서 관성항법장치를 수입했는데 이를 접한 미국 국무부서는 난리가 났다. 미 국무부는 즉각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미사일 사거리 180㎞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현무 미사일 부품 등 모든 방산 부품의 한국 수출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1차 한미 미사일지침 협상이 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40여 년 전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백곰 개발의 간접적 효과로 우리의 (항공우주분야 개발)역량이 그만큼 신장됐다"면서 "불가능에 대한 도전으로 이룩한 백곰 미사일 개발이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의 효시였다"고 글을 맺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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