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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하나 안놓치는 ‘활주로 정비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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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하나 안놓치는 ‘활주로 정비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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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공군 전투기는 일반 비행기와 달리 이ㆍ착륙 때 정보를 제공해주는 자동착륙시스템 등이 없다. 오직 전투기조종사의 눈과 전투기 계기에만 의지해야 한다. 활주로에 이착륙을 할 때마다 조종사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 만큼이나 긴장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바로 운항관제대대 장병들이다. 전투기의 이착륙을 유도하는 장병들을 만나기 위해 충북 충주에 위치한 공군 19전투비행단을 지난 14일 찾았다.


기자가 찾은 비행단 정문에는 주말을 맞아 장병들을 면회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부대는 15일 창설 26주년을 맞아 조그만한 행사준비가 한창이었다. 조용한 활주로에 접어들자 노란색 대형트럭이 활주로 한 가운데 버티고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굉음을 내는 대형트럭은 고압으로 바닥에 물을 뿌리며 느리게 움직였다. 전투기가 착륙할때 생기는 타이어 흔적(스키드 마크)을 지우기 위한 작업 중이었다.


전투기가 착륙을 시도할 때도 평균 시속은 200Km가 넘는다. 스키드 마크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마찰력이 떨어져 전투기가 미끄러질 수 있다. 또 활주로에 착륙을 안내해주는 숫자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1년에 2회가량 활주로 청소를 필수적으로 한다.


다음날 아침 7시 다시 활주로를 찾았다. 장병들이 활주로 점검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활주로는 전투기 비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주요임무를 수행하는 현장인 셈이다. 일명 '배트(BAT)반'으로 불리는 조류퇴치반 소속 장병 10여명은 길이 3㎞, 폭 40m의 활주로에 일렬로 섰다. 장병들은 양손에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바닥을 보며 무엇인가를 유심히 찾았다. 조그만한 돌멩이나 나사 등 이물질을 수거하기 위한 것이다.


조영호 운항중대장(대위)은 "활주로 청소의 경우 겨울에는 추위를 참고 눈을 치우며 여름에는 50도가 넘는 열기를 견뎌야 한다"며 "날씨와 전쟁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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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은 활주로 청소가 끝나자 엽총을 하나씩 메고 활주로에 다시 나타났다. 엽총으로 전투기의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하는 조류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쫓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도 공군 F-5E 전투기가 이륙하던 중 조류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겨 보조 연료통을 투하한 후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활주로의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항공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까지 감안하면 활주로는 그야말로 활활 타는 장작 속에 있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장병들은 아침부터 활주로에 날아드는 새무리를 향해 공포탄을 발사했다. 기자도 묵직한 엽총을 받아 공포탄을 발사했다. 공포탄은 '퉁'하는 소리와 함께 50m 가량 날아가 공중에서 하얀 연기와 폭음을 내며 폭발했다. 이번엔 실탄을 장전했다. 하지만 방아쇠를 잡아 당기자 개머리판이 그대로 어깨를 강타했다. 공포탄과 달리 충격은 컸다.


윤정철 상사는 "전투기가 이륙하기 몇초 전에 산에서 고라니가 달려들어 급히 비행을 멈추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면서 "활주로에 동물이 들어오면 빠져나가기가 힘들어 살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활주로 양끝에는 2300여개 등화시설도 갖춰져 있다. 전투기들이 야간비행을 마치고 귀환할 때 유일하게 의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등을 교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투기의 비상착륙을 위한 시설도 점검해야 한다. 전투기가 착륙할 때 제동이 어려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이때 전투기는 꼬리 부분의 후크(Hook)를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고, 활주로 끝단에 있는 초과저지장비 BAK-12에 후크를 걸어 전투기를 멈추게 된다.


비행단 관계자는 "전투기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창공을 지키는 전투기는 우리가 지킨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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