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박스권 탈피 못했지만 과감한 배당 확대로 주주 끌어모아
배당 법인수도 증가…상위 10개사 외국인 평균 배당액 절반 넘어
S-Oil·신한지주·KB금융 순…개미들 단기 투자 사이클이 문제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7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본원소득수지는 50억3000만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53억2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본원소득수지 적자의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주식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들의 배당이 4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매년 4월 배당소득수지는 적자를 보였지만 그 폭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소득수지는 2015년 4월 35억8700만달러 적자에서 2016년 4월 45억1500만달러 적자로 그 폭이 커졌다. 이 기간 배당소득수지 감소율은 25.87%에 달한다. 2017년 4월 역시 지난해 4월 대비 18.01% 줄어들었다.
2012년 연말 기준 코스피가 1997.05에서 2016년 연말 기준 2026.46으로 좀처럼 박스권 장세를 탈피하지 못했지만,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률이 높아졌다.
배당 법인수도 늘어났다. 2013년 460개사에 불과하던 코스피 배당법인수는 2014년 481개사, 2015년 492개사, 2015년 492개사까지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총 522개사가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이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 725개사 중 72%에 해당한다. 2012년 이후 60%대를 유지하던 배당사 비중이 70%를 넘긴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전체 현금배당 법인 522개사 중 361개사가 5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했다"며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당 확대의 이득은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챙겼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액이 가장 많았던 상위 10개사의 외국인 평균 배당액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10개 기업의 배당액은 전체 코스피 기업의 47.39%를 차지한다. 지난 2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상장사 주식 보유액 비중이 전체의 36.75%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관이나 개인에 비해 배당액을 더욱 챙겼다는 소리다.
조사된 10개 기업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액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S-Oil 로 나타났다. S-Oil의 총 배당액은 6637억원으로, 그 중 외국인 배당액은 76.30%인 5064억원으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신한지주 (67.82%), KB금융 (63.03%), KT&G (53.49%), POSCO홀딩스 (52.81%)가 외국인 배당액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코스피 내 배당액 비중이 18.38%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장주 삼성전자 의 경우에도 총 배당액 3조8504억원 중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9544억원을 수령, 배당액 중 50.76%에 해당하는 금액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쓸어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액 비중이 높은 이유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사이클'이 짧은데서 찾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국내 우량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들의 배당액 수령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도 꾸준히 늘어나면 투자를 늘리는 개인들도 배당액을 많이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당 수익률은 재작년부터 시장금리를 넘어선 수준이 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시세를 노리는 단기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투자사이클을 늘린다면 꾸준한 배당금 획득을 노리는 투자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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