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기다린 미래전략실 실·팀장들과 20여분간 회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그룹의 길었던 하루가 끝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루 동안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장시간 고민 끝에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4시53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삼성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부회장이 대기한 서울구치소 인근에서 밤새 기다렸던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의 표정도 밝아졌다.
삼성그룹은 즉각 공식 입장을 통해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반겼다.
팩스로 보내진 영장기각 결정문을 전달받은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선 시각은 오전 6시13분. 전날 오전 9시15분경 특검사무실에 도착, 법원으로 이동해 피의자 심문을 받고 대기한 시간까지 합하면 약 21시간만이다.
서울구치소를 나선 이 부회장이 향한 곳은 자택이 아닌 삼성 서초사옥이었다. 밤새 서초사옥에서 대기한 미래전략실 임원들과 간단한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서다. 밤새 서초사옥에서 뜬눈으로 결과를 기다린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차장(사장)을 비롯한 미래전략실 각 팀장들은 이 부회장과 함께 약 20분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차를 마시며 이 부회장은 팀장들에게 "고생이 많으셨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영장이 기각된 상황인 만큼 미래전략실 해체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진 않았다. 회의를 마친 이 부회장은 집으로 향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은 만큼, 삼성그룹은 한 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삼성그룹이 완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다만 아직까지 특검의 수사는 진행중이기 때문에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고, 영장이 재청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 법원에서도 지리한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이번사태 초기부터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피의자 심문을 준비한 법무팀과 변호인단 역시 영장 기각을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구속은 면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피의자 심문' 과정이 이어지며 깎은 이미지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법무팀 등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피력할 계획이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사장단 인사, 삼성전자 지주회사 체제 도입 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재검토할 계획이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공표한 사안인 만큼 즉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그룹으로서는 꼭 해결하고 싶은 과제이긴 하지만 각종 법과 규제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외부 환경에 좌우될 수 있다.
한편 특검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는 만큼 당장 이 부회장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경영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주로 챙기던 각종 해외일정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검이 내린 한 달의 출국금지 조치 기간은 끝났지만 연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열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법무팀장은 "(출국금지 조치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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