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실감현장]한미약품 '거품보고서'는 책임 없나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미약품 의 계약해지 '늑장 공시' 논란이 일파만파다. 투자자의 피해가 현실화된 가운데 증권가도 일대 혼란에 빠졌다. 계약해지 공시가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상당수의 증권사는 한국 제약 업계에 또 한 번의 쾌거라는 취지의 장밋빛 보고서를 내보낸 직후 정반대 보고서를 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봉착했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미약품이 장중 악재공시를 내보낸 당일에는 돌발 악재에 대부분 입을 닫았고, 그나마 돌아온 답변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와 관련한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개천절이 낀 사흘간의 연휴 직후인 4일 오전. 나흘 전만 해도 호평 일색이었던 보고서는 당혹감과 배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보고서 제목부터 '투자자신뢰도 하락이 문제' '신약개발의 성장통 하지만 적절한 전달방법은 아니었다' '모두 다 성공하기는 어렵다' 등으로 돌변해 있었다.

특히 목표주가 하향조정 폭이 최대 51만원(122만원→71만원)에 달한 현대증권 보고서는 단연 화제가 됐다. 1건의 돌발 계약해지 공시로 인한 가격 조정이라고 보기에는 극적인 조정 폭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에 이어 유진투자증권(35만원), 대신증권(30만원), 동부증권(20만원)도 한 번에 수십만 원을 내렸다. 이들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 하향 폭은 20%였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부랴부랴 그간 한미약품의 모든 계약에 대한 실적 기대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회사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걷어낸 점도 일부 반영됐다고 귀띔했다. 새로 맺은 계약(9억1000만달러)과 해지된 계약(7억3000만달러) 규모를 감안하면 그간 목표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것을 사실상 자인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한미약품 늑장 공시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한미약품은 한국거래소에,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에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인 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논란의 중심에서 비껴가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가 역력한 탓이다. 늑장 공시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한미약품과 관리 감독을 맡은 한국거래소의 1차적 책임은 명확하다고 치고, 고평가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간 목표주가 올리기에 급급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공시를 포함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다. 애널리스트의 '거품' 보고서가 한미약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