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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29]Tenacious D - Tenacious D(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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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들의 근육질 음악

Tenacious D - Tenacious D

Tenacious D - Tenacious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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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코미디 배우 잭 블랙(Jack Black, JB)과 카일 개스(Kyle Gass, KG)가 티네이셔스 D를 결성했을 때 이를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94년에 결성한 밴드가 그간 데뷔 앨범도 없었으니 배우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여겨질 만도 하다. 하지만 이 밴드는 정말 끝내준다. KG의 우아한 기타 연주와 JB의 팔색조 보컬은 놀랍고 통기타를 멘 채 하드록/메탈을 구사하는 이들의 스타일은 반갑다. 두 사람의 복부와 달리 이들의 음악은 대단한 근육질이다.

앨범은 HBO에서 방영한 〈티네이셔스D: 세계 최고의 밴드(Tenacious D: The Greatest Band on Earth)〉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쇼를 하며 만났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드럼을 맡았다. 너바나(Nirvana)와 푸 파이터즈(Foo Fighters)의 멤버인 그는 내친 김에 “트리뷰트(Tribute)” 뮤직비디오의 악마로도 출연했다.
코미디 시리즈의 노래들답게 가사는 대체로 유머러스하며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스물한 개의 트랙 중 일곱 개는 스킷(Skit)인데, 이 스킷들은 다음에 나오는 트랙과 연결되며 스토리의 발단이 된다. “인워드 싱잉(Inward Singing)”에서 JB가 KG가 심한 말을 퍼붓고 나면 다음 트랙인 “카일 큇 더 밴드(Kyle Quit The Band)”는 “지난 주, 카일이 밴드를 나갔네… 곧 다시 합쳤지만 말이야(Last week, Kyle quit the band, Now we're back together)”로 시작하는 식이다. 가사들은 때론 부적절한 표현도 사용되어 온가족이 함께 듣기에 곤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가사들이 거침없이 달리는 통기타와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가사 때문에 앨범 자체가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의 진정한 매력은 어디까지나 충만한 록 스피릿에 있다. 섹스에 대한 조언을 담은 “퍽 허 젠틀리(Fuck her Gently)” 정도가 감미로울 뿐, 나머지 트랙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달려준다. 최고의 트랙을 꼽으라면 “원더보이(Wonder Boy)”가 눈에 띄지만 “트리뷰트(Tribute)”도 외면 받을 수 없다. 이 록 오페라 속에는 악마와 대결했던 이야기(대단한 반전이 있다)가 웅장한 리프 속에 집약된다. 이외에도 KG의 무자비한 기타와 JB의 애드립 속에 몰아치는 록 음악들은 화끈함을 갈망하던 록 팬들의 갈증을 채워준다.

음악시장에서 힘을 못 쓰던 메탈 취향을 맘껏 드러낼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활동이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취향을 탐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록이 가진 비장함 대신 코믹한 스토리텔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한다. “뮤지션 겸 배우”로 자신을 소개하는 두 사람은 코믹한 가면을 쓴 채 진정으로 진지하고 뛰어난 록 앨범을 만들었다. JB의 팬들이 재미삼아 들을 만도 하지만 기타의 무자비한 질주가 그리웠던 하드록 팬들에게도 가뭄에 단비 같은 앨범이다. 세계 최고의 밴드가 두 사람의 목표라던데, 배우를 겸업하며 만든 게 이 정도니 음악에 전념한다면 못할 일도 아닐 것 같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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