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들의 근육질 음악
앨범은 HBO에서 방영한 〈티네이셔스D: 세계 최고의 밴드(Tenacious D: The Greatest Band on Earth)〉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쇼를 하며 만났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드럼을 맡았다. 너바나(Nirvana)와 푸 파이터즈(Foo Fighters)의 멤버인 그는 내친 김에 “트리뷰트(Tribute)” 뮤직비디오의 악마로도 출연했다.
가사 때문에 앨범 자체가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의 진정한 매력은 어디까지나 충만한 록 스피릿에 있다. 섹스에 대한 조언을 담은 “퍽 허 젠틀리(Fuck her Gently)” 정도가 감미로울 뿐, 나머지 트랙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달려준다. 최고의 트랙을 꼽으라면 “원더보이(Wonder Boy)”가 눈에 띄지만 “트리뷰트(Tribute)”도 외면 받을 수 없다. 이 록 오페라 속에는 악마와 대결했던 이야기(대단한 반전이 있다)가 웅장한 리프 속에 집약된다. 이외에도 KG의 무자비한 기타와 JB의 애드립 속에 몰아치는 록 음악들은 화끈함을 갈망하던 록 팬들의 갈증을 채워준다.
음악시장에서 힘을 못 쓰던 메탈 취향을 맘껏 드러낼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활동이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취향을 탐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록이 가진 비장함 대신 코믹한 스토리텔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한다. “뮤지션 겸 배우”로 자신을 소개하는 두 사람은 코믹한 가면을 쓴 채 진정으로 진지하고 뛰어난 록 앨범을 만들었다. JB의 팬들이 재미삼아 들을 만도 하지만 기타의 무자비한 질주가 그리웠던 하드록 팬들에게도 가뭄에 단비 같은 앨범이다. 세계 최고의 밴드가 두 사람의 목표라던데, 배우를 겸업하며 만든 게 이 정도니 음악에 전념한다면 못할 일도 아닐 것 같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