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일본화' 우려에도 정부 안팎서 "적극 벤치마킹해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국 경제가 '일본화한다'는 우려가 크지만 최근 조선, 해운 등 주력 업종의 구조조정 국면에선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항공(JAL)과 제너럴모터스(GM)ㆍ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보며 재정 지원, 살릴 기업과 포기할 기업 선별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JAL의 경영 실적이 악화하자 먼저 경영개선계획 책정을 권고했다. JAL의 영업이익은 2008년(회계연도 기준) -508억엔, 2009년 -1208억엔이었다.
정부 권고를 받아들여 JAL은 2009년 11월 사업재생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부터 신청했다. 사업재생 ADR은 일본 경제산업대신의 인정을 받은 중립적 제3자가 투입돼 채무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순수한 사적정리와 법정관리의 장점을 혼합한 이 제도를 지난 2007년 도입했다. 과잉채무 문제가 있는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고, 법정관리로 이동할 경우 거래처 기업에 피해가 간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JAL은 ADR을 신청하고 채권을 일시정지한 뒤 채권단 회의를 거쳐 2010년 1월 회사갱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어 일본 기업재생지원기구는 JAL에 3500억엔을 출자했고 채권단은 5215억엔 규모의 채권을 포기했다. 또 기존 주식에 대해 100% 감자를 실시했다.
JAL은 사업 규모 축소를 위해 국제선 40%, 국내선 30%, 기계장비 30%를 줄였다. 기업연금은 현직 직원 50%, 전직 직원 30%를 줄였다. 110곳에 달하던 자회사도 60개사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직원을 4만8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줄이는 대규모 감원은 이나모리 회장 취임 전 기업재생지원기구가 결정한 사안이었다. 채권단과 정부는 이보다 더 많은 인원 감축을 요구했으나 이나모리 회장은 부작용 방지를 위해 '더 이상의 해고는 없다'고 선언했다.
결과는 알려진대로다. JAL의 2011년 3월 결산 당시 영업이익은 1866억엔으로 당초 목표액보다 약 1200억엔을 웃돌았다. 2012년 영업이익은 1716억엔, 2013년엔 저비용항공사들의 위협에도 1662억엔을 거둬들였다. 누구도 살아나리라 장담하지 못했던 JAL이 우량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같은 JAL의 구조조정 과정을 연구한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하고 JAL, 도사전기철도주식회사ㆍ도사덴드림서비스ㆍ고지현교통주식회사 등 최근 기업 구조조정 사례도 풍부해 참고할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추진력"이라며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가능한 빨리 구조조정을 추진해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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