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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근데, 둘이 왜 싸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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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v 슈퍼맨', 보름 지났는데 손익분기점 못 넘어
중심 잃은 '워너브라더스'...'기대 밖 성적~높아진 지출~' 딱 다저스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컷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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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워너브라더스에 DC코믹스는 미래 먹거리다. 만화 속 세계관을 스크린에 정착시키면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다. 디즈니가 이를 입증했다. 단일영화와 그 속편으로 마블코믹스 캐릭터의 매력을 알리고, 이를 하나의 가상세계로 묶어 두터운 관객층을 확보했다.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2011년)' 등의 흥행 실패로 후발주자가 된 워너브라더스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70년 전통의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기대 밖이다. 7일(한국시간)까지 전 세계 수익은 7억168만8758달러(약 8108억원). 개봉한지 보름이 지났으나 손익분기점인 8억달러(9244억원)를 넘지 못했다. 특히 해외 반응이 시원치 않다. 한국에서 1453만1446달러(약 168억원), 중국에서 9607만4652달러(약 1100억원)를 버는데 그쳤다. 박스오피스 1위에서 밀려 반등을 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영화는 흥행한 미국에서조차 혹평을 받았다.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29%, 리뷰 전문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44점을 받았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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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우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두 인물이 생각하는 정의와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의 차이를 주구장창 열거하지만 정작 극한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빈약하다. 배트맨은 슈퍼맨이 감정 없는 외계인일 것이라는 편견도 허무할 만큼 쉽게 떨쳐낸다. 엄마의 이름을 외치는 슈퍼맨을 보고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설정은 무난했으나 이를 단순명료하게 처리해 비웃음을 샀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악역도 없다. 조커의 이간질로 배트맨과 하비 덴트가 맞붙는 '다크 나이트(2008년)'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으나, 렉스 루터가 악행을 하는 동기 등을 불분명하게 표현해 삼각관계의 균형이 깨졌다. 전체적인 짜임새도 산만하다. 세계관의 시작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군데군데 DC코믹스의 새 얼굴들을 무리하게 배치했다. DC코믹스를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조드 장군이 누구인지, 플래시맨이 왜 나오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워너브라더스는 이런 사태를 예견했을 수 있다. DC코믹스의 세계관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전략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습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잭 스나이더 감독(50)에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맡기면서 '저스티스리그 파트 1ㆍ2'의 메가폰도 함께 넘겼다. 영화의 색깔에 어울리는 새 감독을 데려오기가 불가능하다. 밴 에플렉(44), 헨리 카빌(33) 등 스타들의 출연료 역시 부담이다. 영화가 혹평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흥행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현 상황과 흡사하다. 막대한 투자로 정규리그에서 3년 연속 90승을 올렸지만 옆집(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이룬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컷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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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제작진에서 근본적 문제를 지적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원더우먼 역을 맡은 갤 가돗(31)은 스나이더의 아내이자 이번 영화의 프로듀서인 데보라의 강력한 추천으로 섭외됐다. 책임 프로듀서가 여섯 명이나 되지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제작진은 영화가 공개된 뒤 책임을 미루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46)은 최근 현지 매체에 "자문을 해주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DC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제작진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예상 밖 성적이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판단, 최근 재촬영에 들어갔다. 배트맨을 무겁게 다룬 '다크 나이트(2008년)'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는 어떻게 흥행할 수 있었을까. 워너브라더스는 그들의 히트 상품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작했을 때 프로듀서 데이비드 헤이먼(55)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그때처럼 중심을 잡아줄 프로듀서를 구할 수는 없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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