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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한국 증시 1988과 2016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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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뉴스에서 종합주가지수가 1000이 넘었다고 하네. 1000을 돌파한 것은 말이 안 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 아버지의 대사다.
이 드라마는 1988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시대상을 담고 있다.

드라마에서 당시 주가가 에피소드로 등장한 것은 한국 증시에서 1988년은 기억해야 할 만한 해이기 때문이다.

1988~1989년은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호황기였다. 1988년 12월27일 자 주요 일간지 1면에 '88 증시 지수 907.20으로 마감, 신기록 행진 속 본격 투자 시대 열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온 것만 봐도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드라마 대사와 기사 제목처럼 1988년 증시는 유례없는 활황을 보였다.

이 한 해에만 종합주가지수가 73% 상승했다. 상장사 수는 970개로 1987년보다 60% 이상 늘었다.

저유가, 저금리, 원화가치 약세라는 '3저 호황'의 붐을 타고 한국경제가 급성장한 덕이었다.

기업의 주가도 오르면서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1988년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은 58조원을 넘었고, 시가총액도 64조원에 달했다.

주식 투자 인구는 703만명이었다. 개미군단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당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컸던 회사는 포항제철(현 포스코)로 시총이 3조원이었다.

그다음은 한일은행(1조6300억원)을 비롯해 제일은행(1조6000억원), 조흥은행(1조500억원) 등 은행 5곳이 6위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이어 대우(1조3300억원)와 현대건설(1조2900억원) 순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해의 한국 증시는 지금의 중국 증시와 닮았다. 올 들어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을 유지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시장 외적인 상황을 보더라도 정부의 증시 관여 정책과 저금리, 저유가, 위안화 절하 등의 요인도 비슷하다.

하지만 2016년 현재 한국 증시는 1988년처럼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 것 같다. 코스피는 189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27년 전 돌파했던 1000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수년째 1900선 박스피에서 답답한 횡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 급락과 미국 금리 추가 인상 요인에 3000은커녕 2000 돌파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외형 면에서 한국 증시는 1988년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상장사 수는 2000개를 돌파했으며, 시총 규모도 1조2006억달러(1440조72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증시 시총은 호주를 제치고 세계 11위 규모로 뛰어올랐다.

질적인 성장은 아직 숙제로 남았다. 한국 증시를 글로벌화하기 위한 한국거래소 상장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제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에 문을 두드리는 해외 기업들도 더 늘어나야 한다. 이는 새해 한국 금융투자 업계의 최대 난제이기도 하다.

올해 이 같은 난제만이라도 해결된다면 10년, 20년 후 한국 증시가 자신 있게 "응답하라 2016" 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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