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일반해고 요건 지침은 그간 노동개혁 논의에서 노동계가 "쉬운 해고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해 온 최대 쟁점이다. 취업규칙 변경 지침 역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임금삭감 등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근무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해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근무성적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불량한 정도여야만 한다. 거래처 또는 내부 직원과 잦은 충돌을 빚거나 근무태만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직위가 강등되고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에도 근무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 업무를 소홀히 한 경우 등이 판례에 따른 대표적 예다.
문제는 평가과정과 그 결과다. 정부는 제도 설계에서부터 업무수행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이 과정에서 노사협의회, 노조 등 근로자 측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또 상대평가를 통해 최하위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저성과자로 분류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통상해고의 정당성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해서 제시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교육훈련, 배치전환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통상해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한 취업규칙 지침은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 ▲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불이익 변경인 만큼 근로자 동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동의 없이 '충분한 협의'만으로도 도입이 가능한 셈이다.
이 경우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또 임금체계 개편은 원칙적으로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으나, 근로자의 전반적인 임금 감소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동계는 정부가 사실상 양대지침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초안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노동시장에 신호를 준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초안에 대해서도 그간 지적했던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전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자가 사실상 기업측의 압박을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부터 양대지침이 현장에 적용된다면 노동시장에 상당한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대타협 파기 등 노정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앞서 통상임금 사례처럼 저성과자 기준과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싼 송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8일부터 총파업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철저하게 법률에 근거를 둬 그간에 축적된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제시할 것"이라며 "노동계도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삭감 등 온당치 않은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노사정 합의정신과 국민적 여망을 고려해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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