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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마속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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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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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제갈량이 울면서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주인공 마속은 평소 병서를 많이 읽고 병법에 대해 담론하기를 즐겼다. 제갈량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때마다 마속은 모르는 것 없이 말이 청산유수였으며 매우 유용한 건의를 하곤 했다. 이 때문에 제갈량은 마속을 신임했지만 유비는 생각이 달랐다. 마속이 책으로만 병법을 익혔을 뿐 실전 경험이 없이 말만 너무 앞세운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 정벌에 나선 제갈량은 마속에게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이란 곳을 지키게 했다. 마속은 '가정'을 지키지 못하면 목을 내놓겠다고 군령장까지 썼지만 실전 경험이 많은 부장(副將)의 말을 무시한 채 물이 없는 산 위에 진을 쳤다가 위나라 군대에 대패했다. 이 패배로 제갈량의 1차 북벌도 실패로 끝났다.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을 베면서 유비의 혜안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최근 한 증권사의 펀드 담당 임원은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집사람이 펀드를 팔았는데 왜 돈이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책성 전화였다. 이 임원이 "우리나라 주식은 결제 후 2거래일 후 정산이 되는 시스템이라 펀드 환매를 해도 돈은 2~3일 후에 입금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하자 사장은 그제야 머쓱해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증권사 직원은 "가뜩이나 사장이 증권을 너무 모른다고 불만이 많던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역시 비증권맨 출신인 또 다른 증권사 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증권을 가장 모르는 사람으로 통한다. 회의에서 몇 차례 영업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알음알음 알려졌기 때문이다.

펀드를 환매하면 돈이 바로 입금되는지, 이틀 후에 입금되는지 모른다고 증권사 사장을 잘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사장이라고 모든 분야를 잘 알 수 없고, 또 알 필요도 없다. 세세한 실무지식보다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는 식견과 직관, 조직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사장에겐 더 중요하다.
하지만 사장이 실무를 모른다는 얘기가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 돼선 곤란하다. 전쟁터의 병사들이 책으로만 병법을 익힌 장군을 믿지 못하듯 현장을 모르고 거창한 이론만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믿고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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