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종횡취재하며 그들의 표정ㆍ목소리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온 작가 윤정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대던 아이, 손을 내밀어 인사를 청하던 아이,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냥 까르르 웃던 그 아이들은 지금, 안녕할까요?"
당초 비정부기구(NGO) '나눔과 비전'과 동행한 윤정 작가는 이후 일정을 바꿔 홀로 열흘을 더 머물며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인근 초등학교 2~3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얼굴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묻고 그 답을 고스란히 카메라 렌즈와 노트에 담았다.
윤정 작가는 "복잡한 도시에 살며 지쳐있던 마음이 아이들의 커다란 눈을 보는 순간 맑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서울보다 낙후된 환경에 처한 그 아이들에게 어떤 꿈이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표정이 어두웠던 아이였기에 더 놀라웠다"며 "왠지 그 아이가 꼭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총 한 달간의 체류 기간 동안 윤정 작가가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은 현지인과 관광객을 포함해 500여명. 국내에서 휴먼 다큐 프로젝트인 '꿈, 사랑, 죽음'을 추진 중인 그는 거리에서, 버스에서, 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꿈을 물었다.
하지만 그 어떤 문답도 아이들과 주고받은 순수한 교감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그는 고백한다. 당초 계획에 없던 인터뷰였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소망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현재를 웃고 즐기게 하는 힘 '라이브(live)' 그 자체였다는 것.
이처럼 네팔에서 소중한 추억을 안고 돌아온 작가에게 올봄 발생한 네팔 현지 지진재해 소식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현지와 통신이 두절된 것은 물론 한국과 중계 역할을 해주던 가이드의 생사조차 확인이 안 돼 작가 역시 한동안 네팔을 가슴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국내 분위기 역시 재해 발생 초반 각지에서 구호물품을 보내며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던 것과 달리 메르스 등 현안에 묻혀 관심 밖으로 밀어내는 듯했다.
윤정 작가는 "6월이 돼서야 당시 통역을 도와준 현지 가이드와 연락이 됐다"면서 "그래도 내가 만난 아이들의 생사와 안전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어 마음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꿈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벌어진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
그는 "그 아이들이 무사해서 그 꿈을 이뤄내야 한다. 내가 만난 모두가 100% 살아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희망은 '네팔 아이들의 꿈'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가 만난 현지 초등학교 어린이 100여명의 꿈이 담긴 사진과 글은 오는 12월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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