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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전세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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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김민진 차장

얼마전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는 전세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이 앞으로 그 집을 월세로 바꾸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조사 결과, 집주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세주택에 대해 반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웠고, 보증부월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 중개사가 38%에 달했다.

물론 이 설문이 당사자(집주인)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시장의 최전선에서 하루에도 수십명의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을 상대하는 중개사들의 얘기라 귀 기울여진다.

비슷한 설문 결과는 또 있다. 지난해 말 본지는 부동산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 같은 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3분의 1이 '10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격)이 100%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답변도 33%에 달했는데 이러한 반응은 결국 '전세의 종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인구구조와 주택패러다임의 변화, 저금리 기조 등을 감안할 때 전세의 종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전세와의 이별은 우리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전세를 떠나보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개인이나 시장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이별 방법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이다. 전셋값이 수년째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올 들어 주택매매거래량은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06년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늘어났다. 정부에서는 저금리와 전세난을 거래량 증가의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전세와의 아름다운 이별이 아무나에게, 아무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 집 마련이 자발적 이별이라면, 반전세나 보증부 월세로 떠밀리는 건 비자발적, 타의(집주인)에 의한 작별이다. 일부는 외곽이나 주거수준이 낮은 주택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법으로 헤어짐을 미루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아우성은 아랑곳없이 정부의 대응은 한심스럽기만 하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인 국토부 장관조차도 앞에서만 "전셋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립서비스를 할뿐, 시장 탓만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분기에 한 번꼴로 부동산 정책이 나왔지만 정작 전세난 해소를 위한 단기 처방과 중장기 대책이 한꺼번에 나온 적은 없다.

월세화 속도 조절의 필요성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돼 왔다. 지금이 과도기적 상황일지라도 급격한 월세화로 늘어나는 가계부담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판단과 노력은 필요하다.

얼마 전 주택산업연구원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주택금융 정책을 펼때 모호한 서민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뚜렷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세화 속도 조절을 위한 간주임대료 과세 개편이나 월세에 대한 소득세 과세 투명성의 필요성 등을 제기한 전문가도 많다.

매매 활성화라는 외길로만 서민, 중산층을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임대차 과도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찾는 방법은 연착륙을 유도하는 길뿐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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