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자녀는 집안에 숨기기만 했던 때에 비하면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양극화, 고령화 등 최근의 사회변화 속에서 장애인들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2014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78%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비장애인(35%)의 배가 넘는 수치다. 장애인 1인당 만성질환도 평균 1.8개로 비장애인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23만5000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 415만2000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장애인 1인 가구 비율은 24.3%로 10년 전보다 두 배가량이나 늘었다.
장애인 문제는 지금 장애인인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생각해도 그렇지만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 발표에서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은 273만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장애단체 등의 추정이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을 고려해도 장애인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장애 관련 인구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장애는 선천성보다는 후천성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장애인들 중 89%가 후천적 원인에 의한 장애인들이다.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 문제는 곧 '비장애인'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복지정책의 역사에서 확인된 하나의 금언은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때 전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그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다짐을 장애인의 날에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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