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오늘날 한국 시장에서 월마트나 까르푸 등 세계적인 오프라인 유통공룡이 속절없이 무너진 사례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연구 대상이다. 여전히 한국은 세계화를 추구하는 유통기업에게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상에서 이같은 한국적 환경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물론 유통업이라는 특수성, 진출기업의 마케팅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해석할 수는 있으나 한국이라는 영역은 유통업자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동안 아마존은 쇼핑과 독서 관습 등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는데 일조했다. 아마존은 수많은 콘텐츠 기업을 인수·합병했으며 작년엔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스마트폰시장에 진출, 세계 IT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중이다. 게다가 우주산업에까지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따라서 21세기 비즈니스 시장에서 아마존은 가장 흥미진진한 기업 중의 하나다. 세계 제 1위의 오프라인 유통기업 '월마트'나 '카르푸'도 손 들어버린 시장에서 아마존이 성공한다면 이는 새로운 학문적 연구거리가 될게 분명하다.
온라인상에서 거대공룡인 아마존은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정체가 잘 드러나 있지 않은 기업이다. 워낙 은밀하게 일하고, 작은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제프 베조스 역시 비밀스럽고 언론과의 접촉도 극도로 꺼린다. 대신 치밀하고 집요하게 세계 온라인 쇼핑시장을 점령해 왔다. 브래드 스톤이 쓴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는 아마존이 창립부터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 제프 베조스의 성공 신화 등 그동안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아마존의 실체와 전모를 낱낱이 보여주는 유일한 책이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성장 요인으로 ‘고객 중심’, ‘장기적인 안목’, ‘창조’를 꼽는다. 그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아마존의 최고 가치는 ‘고객 중심’이다.제프 베조스는 비서와 함께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온 모든 이메일을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존의 악명 높은 에피소드들은 고객들이 베조스에게 보낸 이메일 때문에 생긴 경우가 많다.
고객의 불만 내용이 담긴 메일이 오면 베조스는 그 이메일의 맨 윗부분에 물음표만 추가한 뒤 해당 중역이나 직원에게 전달한다. 담당자는 가능한 빨리 고객이 왜 불평하는지, 그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등을 조사해 관리자의 승인을 받은 뒤 CEO에게 답변해야 한다.
아마존의 전략은 장기적이면서 차별화된 경영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2~3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길 원한다. 그러나 아마존은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다. 2012년 아마존은 3900만달러의 적자를 낸 반면 구글은 매출 502억달러에 순수익이 107억4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아마존이 온라인 소매업에서 제3자 판매, 클라우드 서비스, 킨들 제조 등 여러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회사의 시장 가치는 1750억달러로 치솟았다.
아마존의 또 다른 힘은 창의적이고 경쟁적인 회사 분위기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간헐적 트라우마와 정신적 상처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에서 일했던 때가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생산적이라고 여긴다. 아마존 기업 문화의 상징물은 문짝으로 만든 책상이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창업 당시 차고에서 배송할 책을 쉽고 빠르게 포장하기 위해 문을 개조한 책상을 만들어 썼다. 이후 넓은 건물로 이사한 뒤에도 계속 사용, 아마존의 한결같은 신념과 검소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존의 사내 문화 중 또다른 예로 회의 때 파워포인트나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대신 직원들은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여섯 페이지짜리 산문 형식으로 써야 한다. 제프 베조스는 그러한 방법으로 비판적 사고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반드시 필요한 생산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제프 베조스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래리 앨리슨처럼 직원들을 숨 가쁘게 몰아붙이기로 유명하다. 그는 화가 났을 때 직원에게 “미안하지만 오늘 얼간이 약을 먹었나?”, “당신, 게으른 거야, 아니면 그냥 무능력한 거야?”, “이 문제에 관해 자네가 내 말을 듣게 하자고 ‘나는 이 회사의 CEO입니다’라고 적힌 증명서라도 떼어와야 하나?” 같은 독설 등 세상에 드러난 적 없는 제프 베조스의 면모도 만날 수 있다. 창업을 준비중인 사람부터 IT산업은 물론 유통 종사자, 경영인이라면 꼭 탐독할만한 책이다. <브래드 스톤 지음/야나 마키에이라 옮김/21세기북스 출간/값 1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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