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중인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30분 취재진 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다른 지도부 3명과 함께 조계사로 들어 온 박 부위원장의 기자회견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삼엄한 긴장감이 사찰을 휘감았다.
조계사 앞 마당은 취재진들이 눌러대는 셔터 소리, 자판 소리와 함께 철도노조 지지자들이 보내는 환호와 박수로 가득 메워졌다. 지지자들은 "힘내세요" "철도민영화 반대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부위원장을 맞았다. 박 부위원장은 이에 응답하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철도노조 측은 경찰이 지켜보는 것을 의식한 듯 "현재 상황상 기자회견을 오래 가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회견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극락전 안으로 다시 사라졌다.
종교시설인 점을 감안해 강제진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측의 날 선 신경전은 민주노총에 대한 강제진입이 펼쳐졌던 지난 22일보다 오히려 더욱 고조된 분위기였다.
경찰 300여명은 조계사 바깥 쪽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성스러운' 공간인 종교시설 안에서 벌어진 소리없는 전쟁이었다.
성탄절을 만끽하는 분위기가 가득한 종로 거리를 몇 발짝 뒤로한 채 팽팽한 긴장감을 내뿜은 25일 밤의 조계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 '속세'의 문제로 소란해진 사찰 안에서의 풍경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