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기의 추락 사고가 있었다. 착륙 도중 활주로에 부딪히며 항공기의 꼬리부분이 잘리고 불이 나는 큰 사고였다. 당시 승무원들은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을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비록 사상자는 있었지만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더 큰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우리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사고였다.
현대생활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드러나 있거나 잠재돼 있는 각종 위험들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으로 평소 먹고 자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근심에 빠졌다고 한다. 이처럼 앞일에 대해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일컬어 기우(杞憂)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항공기 참사 같은 각종 사고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보면 기우(杞憂)라는 말이 무색하다. 걱정을 사서 해도 안심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위험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타고났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만큼 지혜롭다. 위험도 적절히 수용돼 관리된다면 어느 정도는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리스크 관리'는 현대생활 곳곳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는 미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를 통해 부실한 내부통제는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이에 법규의 준수와 금융기관의 투명성, 도덕성 유지가 중요함을 깨닫고 상시적인 법규 및 내부규정 준수제도를 가동하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리스크는 그 특성상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융산업 내 유기적으로 연결된 투자자, 금융기관, 금융당국 모두가 각자의 지위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면 금융위기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논을 갈 때가 되어서야 물이 없어서 우물을 판다는 '임경굴정(臨耕掘井)'이라는 말처럼 위기가 닥쳐서 허둥지둥 서두르는 것보다 평소 꾸준한 리스크 대비 전략과 실행의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유형의 금융위기가 닥치더라도 최선의 매뉴얼을 시행, 우왕좌왕하지 않고 담대히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리스크 관리에 매진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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