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가지고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군사력, 그래서 막아 내기 힘든 전력을 비대칭 전력이라고 한다. 해양환경 가운데 특히 연안은 비대칭 전력이 맹활약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복잡한 해안선과 해저지형 그리고 조수 간만의 차까지, 탁 트인 대양과는 달리 비대칭 전력이 숨을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온 국민을 분노와 비통에 빠뜨렸던 천안함 피격 사건도, 바로 비대칭 전력에 의해 연안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연안의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미 해군은 차세대 호위함인 연안전투함을 개발해 대비하고 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 해군은 다국적군의 해상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1200개가 넘는 기뢰를 걸프만에 부설하였다. 이라크 해군의 기뢰에 의해 걸프전 기간 중, 미 해군의 강습 양륙함 트리폴리와 이지스 순양함 프린스톤이 큰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2000년 1월 예멘의 아덴항에서 이지스 구축함인 콜 호(USS Cole)가 급유 중에, 테러리스트에 의한 자살 폭탄 보트 공격을 받는다. 이 테러로 승조원 1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당한다. 특히 이지스 구축함 콜 호에 대한 자살 폭탄 보트 공격은 미 해군을 충격으로 빠뜨렸다. 최첨단을 지향하는 이지스 구축함이 자살 폭탄 보트 공격 한방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연안전투함의 개발과 탄생= 2002년 미 해군은 기존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을 대체하면서, 연안의 비대칭 위협에 대항할 새로운 군함의 개발에 착수한다. 연안전투함(Littoral Combat Ship)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기존 호위함에 비해 연안에서의 다양한 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계획 되었다.
미 해군은 테스트 결과를 기준으로, 1개사의 함정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2005년부터 건조에 들어간 이들 함정은, 2008년부터 미 해군에 인도되었다. 인도된 함정은 LCS-1 프리덤(Freedom)과 LCS-2 인디펜던스(Independence)이라는 함명을 부여 받는다. 2010년 12월 미 해군은 하나의 함정을 선정하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LCS-1 프리덤과 LCS-2 인디펜던스 두 척 모두를 연안전투함으로 최종 결정한다.
▲연안전투함의 독특한 선형= 최대 55척이 건조될 예정인 연안전투함은, 고도의 기동성과 네트워크 중심 작전능력 그리고 혁신적인 스텔스 설계를 도입했다. 특히 함정의 기동성을 위해 기존의 선형을 탈피한, 새로운 선형을 도입했다. 우선 LCS-1 프리덤은 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는 활주형 선형을 채택했다.
반면 LCS-2 인디펜던스는 삼동선 선형을 채택했다. 삼동선 선형은 기존의 함정에 비해, 분산된 선형으로 파도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저항이 적기 때문에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후미 갑판이 확대되어 기존의 선형 보다 넓은 공간과 비교적 큰 헬기 갑판을 가질 수 있다. 선형에서는 두 함정이 차이가 있지만 추진기관은 워터제트(Waterjet)로 동일하다. 워터제트 추진장치는 비행기의 제트엔진과 같이, 엔진과 연결된 펌프를 가동해 배 밑바닥에 있는 흡입구로 물을 빨아 들인다.
▲워터제트 추진기관을 채용한 호위함= 이후 배 내부에 설치된 관을 거쳐 노즐을 통해 가속된 물을 배 뒤쪽으로 분사하며 배를 추진시킨다. 워터제트 추진장치의 장점은 40노트 이상의 빠른 속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프로펠러 추진장치는 40노트 이상으로 고속 항해할 경우, 프로펠러에 기포가 생기며 헛도는 공동현상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프로펠러 자체가 침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워터제트 추진장치는 고속 항해 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프로펠러 추진장치와 달리 워터제트 추진장치가 함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타장치가 필요 없다. 이밖에 어망과 같은 연안 장애물에 대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안전투함의 최고 속력은 LCS-1 프리덤은 47노트(87Km/h), LCS-2 인디펜던스는 44노트(81Km/h)이다. 3000톤 급의 호위함이지만, 500~600톤 급의 고속정에 해당하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기동성과 다양한 작전능력= 연안전투함은 대함전 및 대공전을 위해 57mm Mk110 함포와 30mm Mk 44 부쉬마스터 Ⅱ 기관포를 탑재된다. 함대공 미사일로는 램(RAM: Rolling Airframe Missile) 미사일을 장착한다.
미 육군이 개발중인 넷-파이어 (Net-fire NLOS-LS)를 함대함/함대지 미사일로 탑재할 예정이었지만, 개발이 취소되면서 함대함 미사일은 장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대잠전 및 대기뢰전 수행을 위한 다양한 장비를 탑재한다. 연안전투함은 MH-60R/S 씨호크 헬기 2대를 기본적으로 탑재하며, MQ-8 파이어 스카우트(Fire Scout) 무인헬기도 탑재한다.
▲뛰어난 확장성을 가진 함정= 연안전투함은 기본적으로 승조원 40명이 탑승하며, 임무에 따른 추가 인원 35명 수용이 가능하다. 연안전투함은 다른 국가의 호위함에 비하면 무장은 상당히 빈약한 편이다. 그러나 미 해군은 연안전투함은 이지스 구축함이나 순양함이 포함된 수상전투단과 함께 작전하기 때문에, 과도한 무장은 불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연안전투함은 탐지장비와 무기를 임무에 따라 맞춤형 탑재가 가능하도록 모듈화 설계를 채택했고, 다른 함정에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확장성으로 인해 해외에 판매되는 수출형 연안전투함의 경우, 이지스 시스템과 함대함 및 함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형식이 제안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배치될 예정인 LCS-2 인디펜던스= 연안전투함 가운데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함정은 LCS-2 인디펜던스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최초로 배치될 예정인, 연안전투함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싱가포르와 협상을 통해, LCS-2 인디펜던스를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의 경우 미 해군의 각종 군함 149척이 수리나 물자 공급 등을 위해 싱가포르의 창이 해엽을 통과했으나, 그 동안 미 해군의 군함이 항시적으로 싱가포르에 배치된 사례는 없었다. 미국이 최신형 연안전투함인 LCS-2 인디펜던스를 싱가포르에 배치하려는 목적에 대해, 해외의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남중국해와 주변 국제수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연말까지 LCS-2 인디펜던스 1척을 배치하고 이후 3척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연안전투함을 위한 각종 지원 시설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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