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지은 기자]중소기업계가 '대북ㆍ엔저(低)ㆍ정치ㆍ불황' 4대 리스크에 떨고 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의 2월25일 취임 두 달만이다. 봄날의 훈풍은 겨울철 삭풍으로 바꿨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와 엔저 현상까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 다수의 손익분기점이 적자구조로 돌아섰다. 정치권도 정년연장, 대체공휴일 제도 등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체 대응할 수 없는 외부 리스크가 커지면서 생존의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재난지역 선포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입주기업들 사이에선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입주기업 한 대표는 "정치적 문제로 생긴 일인 만큼 개별 기업이 해결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며 "가동 중단 사태 초기에 입주기업 구제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는데 판로가 다 끊긴 후 대책을 내봤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엔저 폭탄을 맞은 수출 중소기업들도 낙담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에서 일본기업과 거래하는 D 금형업체 대표는 "환율 하락으로 일본 수출이 한층 힘들어졌다. 환변동 때문에 최근 석 달 새 앉아서 수억 원을 까먹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자포자기 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금융권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크게 데여 따로 환헤지를 해놓지 않아 엔화 약세가 그대로 손실로 잡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잃었다. D사 대표는 "일본 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이 좀 더 싼 일본 제조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일본 출장을 갔더니 현지 동종 경쟁업체들의 수주액이 예년 대비 20~30% 증가했더라"고 푸념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초반만 하더라도 중소기업과 관련된 대통령 공약 중 80%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분위기가 좋았다"며 "최근 대북리스크 등 속수무책인 상황이 펼쳐지는 데다 경쟁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는 법안 몇 건이 몰리면서 중소기업인들의 심리가 꺾였지만 온기가 다시 돌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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