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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사장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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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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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유머로,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가 있다. 나이든 남자에게 필요한 것 다섯 가지는? '아내, 마누라, 애들 엄마, 집사람, 와이프'라고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중년 남자들은 많이 공감하는 얘기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도통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내 없이 사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이든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자들이여! '남편, 서방, 애들 아빠, 바깥사람, 허즈번드'라는 착각은 마시라. 정답은 '딸, 친구, 돈, 건강, 집'이라고 한다. 7가지로 늘리면 남편이 포함될까? 추가되는 것은 '찜질방, 애완견'이란다. 아마 10가지로 늘려도 남편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부부는 결혼식 때 약속처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사는 게 맞다. 하지만 씁쓸한 이 얘기는 나이가 들수록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안 되고, 여자는 남편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얘기다.

이를 기업에 대입해 보았다. 경영자 입장에서 회사가 어려울 때 필요한 다섯 가지는 무엇일까? 첫째 직원, 둘째 구성원, 셋째 인적자원, 넷째 멤버, 다섯째 조직원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사람이 전부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다. 공장이 없어도. 사무실이 없어도, 제품이 없어도, 서비스가 없어도, 자본이 없어도 기업은 존재하지만 사람이 없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이 어려울 땐 더할 나위 없이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면 직원 입장에서 회사가 어려울 때 필요한 다섯 가지는 뭐라고 답할까? 경영자들이여! '사장님, 경영자, CEO, 오너, 대표'라는 착각은 마시라. 세상을 너무나 모르는 얘기이다. '옮길 곳, 도와줄 인맥, 힘이 돼 주는 가족, 모아 놓은 돈, 일단 버티기'다. 이 얘기 또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기업이 흥할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으니 기업 구성원으로서 어려울 때 경영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찌됐건 성과중심 경영 환경은 경영자와 직원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업이 수요초과 시장에서 큰소리치던 시절이 있었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해 주고 대신 직원의 헌신을 요구했었다. 어떤 경영자는 직원들을 기계 부속처럼 취급하고 직원은 기업에 목숨 걸고 충성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 기업은 공급초과 시장에서 초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평생직장을 보장해 주기는커녕, 기업의 생존 자체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직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경영자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직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기 일쑤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지금도 가부장적인 생각으로 군림하는 남편들이 있다. 아내가 참고 있는 걸 만족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은퇴하고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는커녕, 황혼이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천덕꾸러기로 구박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군림하고 그들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경영자는 힘들다. 직원들이 창의와 열정을 발휘하지 않으면 성장도 못하고 생존도 어렵다.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군림하고 이용만 하려는 경영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헌신할 직원은 없다.

현대 기업은 상시적인 위기에 노출돼 있다. 진정한 승자는 위기가 없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를 잘 이겨내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결론은 하나다. "사장님, 직원들을 귀하게 여기고 잘 대접하십시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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