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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톡톡]"뱃살빼야는데··이리 와, 맥주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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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4일 오전 11시 용산에 위치한 사우나 안에 모인 40~50대 주부들은 옹기종기 모여 땀 빼는데 한창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들은 매주 주말마다 사우나에 새벽같이 모여 반나절 이상은 사우나에서 즐긴다.

이 중에는 매일 오는 사람도 있고 일 때문에 주말마다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오는 시간은 일정한 편. 새벽 7시에서 8시 사이에 와서 11시나 12시까지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 반신욕도 즐기고 사우나 막에서 땀을 빼며 이야기꽃을 나눈다.
남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시간을 사우나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이곳은 스트레스를 풀 기회이자 지친 몸을 풀어주고 사교의 장이다. 스스로 사우나 중독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들에게 사우나는 없어서는 안될 곳이다.

오늘 대화는 다이어트. 이미 아들, 딸들을 결혼시킨 사람이 대부분으로 '아줌마가 무슨 살을 빼냐'고 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평생 살과의 전쟁을 하며 살았다.

학생시절과 처녀 때는 몸매관리를 위해 부지런히 살을 뺐지만 애를 한둘 낳고 퍼진 몸은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다. 개중에는 다이어트와는 담을 쌓고 사는 주부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 다이어트는 이제 외모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것이다.
"주식이 엄마, 못 본 사이 살 많이 빠졌네. 운동했어? "라며 말을 건네는 미연이 엄마에게 주식이 엄마는 뿌듯한 듯 말을 한다. "요즘에 매일 남산 정상까지 걷자나. 단풍도 좋고 날씨도 좋고 걷기 시작했는데 괜찮더라고. "

이 말을 들은 민지 엄마는 "아휴, 나도 요즘 배가 더 나와서 걱정이야. 왜 이렇게 맛있는지, 맨밥에 김치만 먹어도 입맛이 당긴다니까. 살 더 찌면 안 되는 큰일이야." 라며 한숨짓는다.

맛사지용 접시로 배부터 팔까지 온몸을 문질러 가며 맛사지하던 상식이 엄마는 "어제도 얼마를 먹었나 몰라. 민숙이 엄마가 나오라고 해서 쭈꾸미 집에서 폭탄주까지 마시고 재미있게 놀았다니까. 이러니 배가 나오지. "하며 까르르 웃는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 앞에는 선숙이 엄마가 싸온 간식거리가 쌓여 있다. 사과와 떡, 오이, 곶감도 눈에 띈다. 사우나 필수 코스인 커피와 녹차, 식혜도 몇 잔 놓여 있다.

한참 식혜를 마시던 선숙이 엄마는 "내 딸이 그러더라고. 아줌마들은 맨날 살 얘기하면서 엄청 먹는다고. 자기 운동하는 헬스클럽에 아줌마들이 와서 열심히 한 시간 정도 운동하고 바로 옆에다 한판을 깔아놓고 이것저것 싸온 걸 먹는다는 거야. 그러면서 살 얘기하는 게 웃기다고 하더라고." 라며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는다.

한참 얘기 중이던 상황에 효연이 엄마가 맥주 3캔과 맥반석 계란을 가지고 들어온다. "해장 술 들 해야지 해장술. 한잔 하면 땀이 더 잘난다니까. "

어느새 한모금씩 마신 이들은 또 다시 살 얘기로 돌아간다. "운동도 시간이 돼야 하지. 아침 일찍 애들 장사하는 거 도와주고 하다보면 내 몸 추스리기도 힘들어. 아주 그냥 죽겠다니까."

맥반석 계란을 까며 옆에 앉은 선숙이엄마에게 건네준 효연이 엄마는 "그렇게 해봤자 몸만 상해요. 애들이 고생하는 거 알아주기나 하는 줄 알아. 다 지들 먹고 살기 바쁘지. 자기 몸 성한 게 최고야. 지금부터라도 운동 열심히 해요."

뱃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새 잊었는지 이들은 오늘도 맥주와 함께 계란과 떡, 과일 등을 먹으며 수다떨기에 분주하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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