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인 실질금리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양도성예금증서(CDㆍ91일물)의 평균 금리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연 3.34%를 기록했다. 그동안 꿈쩍 않던 CD금리가 '조작 의혹'에 휩싸인 이후 뚝 떨어진 것.
하지만 물가의 하락폭은 더 컸다. 7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5%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CD 금리에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금리는 연 1.84%가 된다. 이는 2008년 1월(1.91%) 이후 4년 반 만에 최대치다. 올해 1월 CD 실질금리가 0.15%였으니 그만큼 대출자는 이자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문제는 현재 은행권 대출의 대부분이 CD금리와 코픽스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분기 은행권 전체 대출 1079조원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은 686조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중 CD 연동 대출이 324조원, 코픽스 연동 대출이 154조원을 차지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가계대출이다. 5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642조원 가운데 고정금리는 6.7%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잔액의 50%가량이 CD 금리에, 20% 이상이 코픽스에 연동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금리의 실질금리가 올라간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자가 부담하는 실제적인 이자도 증가하는 셈"이라며 "현재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고 기업대출도 줄어드는 가운데 경기전망마저 불투명해 향후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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