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만큼은 만사를 제치고 야구에 제대로 '올인'했다. 동행했던 취재진과 경기 스코어 맞추기 내기도 먼저 제안한 것은 물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는 등 여느 관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구장을 찾은 것은 십 수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해선지 무척 설렌 모습이었다. 선수들 플레이에 두팔을 번쩍 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자신이 내기로 걸었던 스코어에 가까이 다가가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금융위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분위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달 광화문으로 청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제동을 거는 상황인데다, 은행 및 증권사 등 금융사의 CD금리 담합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산은지주 민영화 등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금융위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입지가 더욱 좁아진 셈이다.
김 위원장이 주변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분위기를 이끌면서 참석자들과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사 이전에 대해 넌지시 묻자 특유의 넉살좋은 표정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여유있게 말했다.
야구장에서의 모처럼의 망중한이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돼 국내 금융 현안을 해결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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