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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자연, 그것 베낀 게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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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에 달라붙어 있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발바닥을 뒤덮고 있는 미세한 강모에서 큰 인력이 발생한다.

유리벽에 달라붙어 있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발바닥을 뒤덮고 있는 미세한 강모에서 큰 인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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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도마뱀 발바닥 '강모'서 힌트…떼어낸 흔적없는 강력접착제 개발
-벨크로·전신수영복도 모방의 산물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하늘을 나는 새를 보지 못했다면 인간 역시 비행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밀납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에 도전했던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처럼 자연을 모방하고 뛰어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나 다름없다. 그 후에도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현대 과학도 자연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자연 속 생물에게서 신기술을 이끌어내는 것, 바로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다.
생체(bio)와 모방(mimetics)의 합성어인 생체모방공학은 살아 있는 생물의 행동과 생김새, 생산 물질 등을 모방하는 공학기술이다. 자연의 유용한 부분을 따라하는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사물이 자연 속 생물들과 똑같이 생겼다. 주사기는 벌의 독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고, 헬리콥터 역시 잠자리의 날개 모양을 따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모방공학의 영역은 다양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모방'이 이뤄지고 결과물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강타했던 전신수영복이다. 그 해 호주의 수영 선수 이언 소프는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와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적 화제를 불러모았다. 소프의 선택은 당시 수영계의 상식과 완벽히 대치되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수영복이 차지하는 면적이 작을수록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생각했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머리카락까지 전부 미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수영선수들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전신수영복으로 저항을 더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전신수영복의 비밀은 상어다. 상어가 어떻게 빨리 헤엄칠 수 있는지 연구한 끝에 얻은 성과가 수영복에 고스란히 적용된 것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상어 피부 표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비늘의 미세한 돌기들이 발견됐다. 이 돌기가 물과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작은 소용돌이들이 표면을 흐르고 지나가는 큰 물줄기를 막아주는 '코팅제' 역할을 해서 마찰이 최소화된다. 매끄러울수록 유체 저항이 적다는 기존의 상식과 정반대였다. 매끄러운 표면보다 작은 돌기들이 표면을 흐르면서 저항을 더 줄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스포츠용품업체 스피도(Speedo)가 1998년 처음 선보인 전신수영복에도 상어의 비늘처럼 촘촘한 돌기들이 붙어 있었다. 2000년 올림픽이 끝난 뒤 전신수영복은 새로운 '상식'이 됐고 최첨단 생체모방공학의 좋은 사례로 소개된다.

상어 비늘의 원리가 응용되는 것은 수영복만이 아니다. 자동차, 비행기, 잠수함 등 공기나 물의 저항을 줄여야 하는 영역에서 활발히 도입됐다. 일본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 사는 타이어 홈에 미세돌기를 만들어 물이나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미국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사는 3M이 개발한 필름을 비행기 표면에 붙이는데, 이 필름도 상어 돌기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최대 8%까지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곧 연료 절감과 직결된다.

'찍찍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벨크로, 즉 섬유부착포는 생체모방공학의 초창기 사례다. 1941년 스위스 전기기술자인 조지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옷에 도꼬마리가 잔뜩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떼어 내려고 털어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겨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갈고리 모양의 도꼬마리 끝부분이 섬유 올에 고리처럼 걸려 있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쉽게 붙으면서 약간 힘을 주면 떨어지는 부착포를 개발해 크게 성공했다.

게코도마뱀도 최근 인기있는 연구 대상이다. 게코도마뱀은 벽을 타고 올라가거나 천장을 자유자재로 기어다닌다. 체중을 지탱하면서 벽에 단단히 붙어 있는 게코도마뱀의 '신기'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2000년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s)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 나 있는 미세한 강모가 분자간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은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의 강모 수백만개로 덮여있고, 이 강모에 또 지름 200~500나노미터의 섬모가 붙어 있다. 발을 붙였을 때 강력하게 붙으면서 떼어낼 때는 흔적없이 분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발견된 지 10년밖에 안 된 게코도마뱀의 접착 원리는 대체 접착제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나노튜브털을 이용, 게코도마뱀의 강모를 흉내낸 '게코테이프'가 개발됐고 2006년에는 유리벽을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도마뱀 로봇인 '스티키봇(Stickybot)'이 그 해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홍순형 교수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생명과학과 고(故)박태관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이 홍합의 족사를 모방한 탄소나노튜브섬유를 개발했다. 해안가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홍합의 생체특성을 모방해 초고강도 섬유 제조 기술을 탄생시킨 것.

실 모양으로 엉켜 있는 홍합의 족사는 접착력이 강해 한 가닥으로 12.5kg을 들어올릴 수 있다. 홍합의 족사는 'Mefp-1' 단백질과 콜라겐 섬유로 이뤄져 있는데, Mefp-1 단백질의 '카테콜아민'이라는 아미노산이 콜라겐 섬유와 단백질을 강하게 결합시킨다.

연구팀은 카테콜아민과 같은 구조의 고분자 구조 접착제를 개발, 탄소나노튜브 섬유에 작용해 길고 가벼우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섬유를 만들었다. 이 섬유는 향후 방탄 소재나 인공 근육 등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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