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가치 창조자의 역할은 세계로 열린 시장인 글로벌 시대에 더 빛이 난다. 가령 아이폰4의 미국 판매가격은 600달러가 넘는데 납품제조 원가는 178달러에 불과하다. 아이폰의 부품은 일본과 한국, 독일이 만들고 제조는 중국이 하는데도 대부분의 돈은 애플이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제도는 이 같은 기술가치 창조자들이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다. 고등학교 교육제도 자체가 오로지 암기식 대학 위주의 교육에 맞춰져 있어 창의적인 기술교육이 가능하지도 않고 '안전한 자격증' 지상주의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머리 좋고 창조적인 이과 인재들은 의과대학에 줄을 서는 형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창의적 기술인재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공학과 기술을 배우고 전념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온 것이 명문 실업계 고등학교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갑자기 이과계 실업고등학교의 동일계 진학을 막는 조치를 발표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직장에 취업한 학생들에게만 동일계 진학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에서 적당히 일하다 대학 진학을 하려는 실업계 졸업학생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 리도 없고 아무리 머리가 좋은 기술인재라도 직장에 취업해 몇 년 일하다 보면 가치창조와는 거리가 먼 '보통인재'로 전락할 것이다. 명문 실업계 고등학교는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통보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명문 실업계 고등학교들과 재학생, 졸업생, 부모들은 갑자기 내려진 사망선고에 넋이 나간 상태다. 이대로 가면 명문 실업고등학교 지원자들은 모두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해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학진학용 사회탐구 커리큘럼에 몰두할 것이고 나중에는 의대 진학 대열만 길어지게 될 것이다.
누구나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교육이 정말로 백년을 내다보는 중요한 일이라면 이렇게 시합 도중에 경기 규칙을 갑자기 바꿔서는 안 된다. 애플과 구글의 움직임에 숨을 죽이고 우리도 '크리에이티브 리더(Creative Leader)'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잠재적 창조기술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통로를 이렇게 하루아침에 막아버리는 황당한 사회, '죽은 기술인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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