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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무상급식 투표가 '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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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커밍아웃했다. 그들은 전사를 자처했다. 무상급식 확대에 대해 '전투' '성전(聖戰)'이라며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의 수사학에 불편한 국민이 많다. 도무지 복지가 절실한 이들에게 선전포고할 만큼 처절한 문제인지, 이 나라가 언제 한번 제대로 복지를 해봤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나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포퓰리즘과 반포퓰리즘에 대한 복지정책 진행 방향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될 꼭 필요한 성전"이라고 외쳤다.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를 밀어붙이고 있는 오 시장도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며 무상급식은 표 매수 행위로 역사 앞에 죄짓는 것"이라고 성전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초 오 시장은 무상급식 논란의 와중에서 "낙동강 전선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며 당에 지원군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그것이 의아하기 그지없다.
'성전'이라는 말은 나경원과 그의 전우들에게 있어 단순한 메타포어일까? 여자를 '횟감'에 비유하고 '취업 활동을 성상납'쯤으로 표현하고 58억원을 가지고도 "자녀들 등록금에 허리가 휜다"고 말하는 이들의 수사학 정도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 그들은 복지를 종교전쟁쯤으로 착각할 만큼 인식의 오류를 겪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무상급식 혹은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이들이 진정 적일까? 복지사회를 원하는 사람들도 저들과 전쟁을 원하는 걸까? 오세훈과 나경원은 스스로 이 나라를 구할 잔다르크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제 이 땅은 저들에 의한 전장(戰場)이다. 저들의 수사학대로라면 복지 확대를 찬성하는 사람은 국민도 아니며 적대적인 이교도(異敎徒)일 뿐이다.

이쯤해서 성전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은 오사마 빈 라덴과 더불어 금세기 가장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였다. 또한 무기를 들었던 한 손으로 '올리브가지'를 흔들며 국제사회의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 게릴라의 화신였다.
그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촌에 '검은 9월단'이라는 과격 게릴라 조직원을 침투시켜 선수 2명을 사살하고 9명을 잡은 채 인질극을 벌였다. 이미 아라파트는 항공기 납치, 폭탄테러 수십건을 감행했다. 뮌헨 테러 이전인 68년엔 요르단의 국경도시 카라메에서 전투를 지휘했다. 당시 PLO 특공대 '아시파' 대원은 모두 297명였다. 그들은 거의 무장조차 하지 못했다. 많은 대원들이 어린 소년이었고 그 중에는 열두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반면 1만5000명의 이스라엘 군대는 탱크부대와 최신무기, 미사일을 갖춘 정예부대였다.

아시파 대원들은 수류탄을 안고 탱크에 올라 해치로 뛰어들었으며, 몸에 다이너마이트를 묶은 채 탱크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어린 소년병사들에게 죽음이 영생이거나 피안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전투에서 보잘것없는 군대는 탱크 18대를 불태웠다. 결국 이스라엘은 수많은 사상자를 뒤로하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영토도 국가도 없었던 팔레스타인 해방사에서 전설이 된 카라메 전투를 아랍인들은 진정한 '성전'이라고 부른다.

아랍인들에게는 모든 전투가 성전이다.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퍼붓는 총탄도 성전이며, 희대의 독재자 후세인이 펼친 전쟁도 성전이다. 성전은 종교적 이념에 의해 수행하는 전쟁이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테러조차 성전이라고 불렀으며 기독교도 이교도와의 전쟁도 성전이라고 칭했다.

성전주의자들아. 정말 국민과의 전쟁이 영광이 가득한 전쟁이냐. 열두살짜리 아이들을 탱크 밑으로 밀어넣고 폭탄을 가슴에 두르고 적진으로 뛰어들 문제더냐. 그게 아니라면 제발 말 좀 가려서 해라.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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