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럽 각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1090억유로를 지원하고, 채권은행을 비롯한 민간 부문이 상환만기 연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496억유로에 해당하는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구제금융의 규모는 총 1586억유로. 그리스가 필요로 해 온 추가 구제금융액 2000억유로에 못 미친다.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리스가 당장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빚을 질 수 있는 한도, 즉 정부부채 상한을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공화ㆍ민주 양당이 이번 주말에 합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합의가 안 되면 미국 정부가 다음 달 초부터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어떤 형태와 규모로 일어날 것인지는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서양의 동서 양안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벼랑 끝 줄타기는 국제 금융시장을 통해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라는 형태로 이미 그 영향권에 들어갔고, 중국은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둔 미국 국채의 가격 폭락 가능성에 한기를 느끼고 있다. 아직은 별다른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직간접적 영향을 순차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정부, 기업, 가계 모두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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