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진 없던 물가 불안이 하루 아침에 찾아오기라도 한듯 대통령은 있는대로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20일엔 직접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매주 장관들이 물가를 챙기라"고 했다. 관계 부처들은 대통령에게 등 떠밀려 다음주 또 한 번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간 보스들이 해결 못한 맞수 잡으러 나가듯 물가 전쟁 전면에 선 대통령은 시시콜콜 대책의 스타일까지 정해줬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단속·점검 등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 기본적으로 물가 구조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 검토하라"고 했다. "천편일률적 방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행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창의력'이다. 한 마디로 '뻔하지 않은 대책'을 가져오라는 채근이다.
한데 대통령이 창의력을 강조하며 내린 지침 자체가 창의적이지 않다. 역대 물가 대책엔 빠짐 없이 '중장기 구조개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유도' 같은 말이 들어가 있다. 대통령만 아는 얘기가 아닌데 잘 안될 뿐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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