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돼 볼이 들어간 지점 뒤쪽에서 1벌타 후 세번째 샷을 치면 됩니다. OB가 없으니 당연히 OB티도 없습니다.
캐디들이 최고의 서비스정신을 발휘하더라도 진행이 늦으면 어쩔 수 없이 고객님과의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캐디 1위는 아마도 빠른 플레이를 독촉하는 캐디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귀여운 멘트나 행동으로 고객님께서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캐디들도 있습니다.
어느 한 캐디의 일화입니다. 홀마다 OB를 내시는 고객님들과의 라운드였습니다. 앞 팀은 점점 멀어져 가고 뒤 팀은 바짝 따라붙는 상황에서 내기를 심하게 하시는 고객님들과 홀마다 잠정구를 치며, 또 사라진 볼을 찾으며 힘겹게 앞 팀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살벌한 분위기에 '도와 달라'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등줄기에 땀만 연신 흘리며 뛰어다녔죠.
다시 네 분이 티 샷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캐디는 '에라, 모르겠다'며 고객님의 티 샷을 막고 세컨드 샷 지점에 OB티가 있다며 고객님 네 분을 동반하고 무작정 이동했습니다. 고객님들이 "여기 OB티가 어딨어?"라며 두리번거리십니다.
그러자 그 캐디는 페어웨이 양쪽 끝으로 쏜살같이 뛰어가 신고있던 하얀 운동화를 벗어 놓고는 맨발로 고객님께 걸어가 "여기가 OB티예요. 여기서 치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고객님들은 그러자 캐디의 어이없는 행동에 그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앞 팀을 기다리기까지 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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