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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엄마,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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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엄마,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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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휴먼 다큐 사랑>이 ‘진실이 엄마’ 편을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아마 한 달 전쯤에 들었을 거예요. 듣는 순간 영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굳이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헤집으려는 제작진의 속내가 야속하기만 하더군요. 의도가 빤히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늘 챙겨보는 프로그램임에도 이번만큼은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게다가 ‘진실이 엄마’가 방송된 금요일 밤은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를 가리는 파이널 무대가 펼쳐진 날이기도 했죠. 백청강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의 뒤를 이어 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가 안타깝게 스러져간 현장을 재조명한다는 게 너무나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마침 그 즈음 제 딸아이가 여행 중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우승자를 점치는 등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었을 테고 아마 ‘진실이 엄마’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논을 했겠죠. 저녁 내내 딸아이의 빈자리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다지 살뜰하지 않은 모녀 지간도 이리 허전하거늘 평생을 남편처럼 의지해온 딸자식이 불현 듯 떠나버린 자리는 얼마나 애끓게 아쉬울까요. 그래서 결국 마음을 다잡고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이 가족의 비극에 부끄럽지 않을 이가 누가 있을까요


그저 업보라 여긴다고는 하셨지만 하늘같은 딸 가슴에 그토록 아픈 상처를 남긴 인간들을 어찌 용서하실 수 있겠어요.

그저 업보라 여긴다고는 하셨지만 하늘같은 딸 가슴에 그토록 아픈 상처를 남긴 인간들을 어찌 용서하실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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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어디다 대고 할 데가 없어요.” 진실 씨 어머님의 말씀이 화살같이 가슴에 와 박히더군요. 왜 이젠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 법도 한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낼 결심을 하셨는지,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보통 누군가가 사소한 내 험담을 했다는 소리가 귓등으로 들려도 속이 부르르 떨리기 마련인데 억울하기 짝이 없는 헛소문으로 딸이 시들시들 말라가는 걸 오랜 세월 지켜봐야 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 했겠습니까. 더구나 한두 건도 아니고 기괴망측한 루머들이 좀 많았어야죠. 그 애통 절통함을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으셨을 거예요. 그저 업보라 여긴다고는 하셨지만 하늘같은 딸 가슴에 그토록 아픈 상처를 남긴 인간들을 어찌 용서하실 수 있겠어요.
지독했던 가난을 이겨내고 하늘 아래 둘도 없이 극진했던 두 남매, 방 두 칸짜리 더운 물 나오는 전셋집으로 옮긴 후 꿈이냐 생시냐 기뻐했다는 진실 씨 가족, 자신과 똑같은 불행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득부득 애를 써온 진실 씨를 왜 세상은 벼랑 끝으로 몰았던 걸까요. 정말 세상이 진실 씨 가족들에게 해도 너무 했습니다. 다들 루머를 확대 재생산한 네티즌이니, 악플러들의 탓으로 돌리고들 있지만 저 스스로가 네티즌이기에 진실 씨 어머니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이 가족의 비극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사람은 드물지 싶어요.

두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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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운명만으로 억장이 무너지겠건만 이어진 누나와 둘도 없이 정 깊었던 아들의 죽음, 그리고 이제 숙제로 남은 두 손자들의 양육, 무엇보다 한때는 듬직한 사위였을 애들 아빠에게 밥 차려 주시는 장면이 가슴 저리도록 아팠습니다. 그것도 딸 생일 음식으로 정성껏 마련한 밥상을 말이에요. 마음에 담은 한을 아이들에게는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 참을 ‘인’자를 새기고 또 새기고 계시나 봅니다. 언젠가는 아빠와 살아야 하고, 나는 가야하는 사람이니까 더 이상 아빠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지 않게 노력하신다는 마음가짐이 정녕 존경스럽더군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은 천벌을 내리시는 것이냐는 진실 씨 어머님의 의문, 저 역시 공감합니다. 하늘도 무심하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지 싶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할머니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더군요. 세상을 향한 울분을 아이들에게 토해 놓지 않으심이 참 고마웠어요. 사위를 용서 하셨듯이 앞으로 아이들이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에 모질고 모진 이 세상 또한 끌어안으려고 애쓰시는 모양입니다. 진실 씨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며 또 다른 삶의 보람을 느끼신다는 어머니 말씀에 ‘역경이 있고 힘들더라도 인생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정재형 음악 감독의 마지막 말이 보태져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 역시 죽는 날까지 두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어머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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