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 산업 전반에 걸쳐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재래식 무기 생산에 주력해 왔던 대형 군수기업들이 이같은 새로운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해킹 등 사이버공격의 위험성이 국가와 기업의 핵심 기밀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에너지·물류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정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각종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영국 최대 방위산업체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는 2008년 7월 IT컨설팅업체 데티카를 5억3100만파운드에 인수했고 그해 12월에는 덴마크 사이버보안업체 ETI를 1억3200만파운드에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일랜드 금융전산보안 전문업체 노르콤을 1억8400만파운드에 인수하면서 연이은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이같은 대형 방산업체들은 무기 생산에는 잔뼈가 굵었을 지 몰라도 기존 IT시장을 장악해 온 업체들에 비해서는 신참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이러한 공격적 인수전 없이는 오랫동안 정부와 계약을 맺어 온 방산업체라 해도 시장을 뚫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MI6(영국 정보부)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외국 업체는 다섯 개에 불과하며 그중 하나가 BAe가 인수한 데티카”라고 설명했다.
HP 정보보안사업부의 피터 매칼리스터 경영관리자는 “고용연금부같은 정부 부처는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기 때문에 전산조작을 통한 횡령이나 해킹 등 사이버공격의 목표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FT는 방위산업체들의 경우 정부 계약 경험이 많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강점이 될 수 있다면서 민간분야까지 고객층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전망했다.
데티카의 이맘 호크 최고기술책임자(CFO)는 “민간분야 고객들이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민간분야와 정부분야 고객들의 요구 수준은 대동소이하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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