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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친환경은 환상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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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친환경과 무공해가 넘쳐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주장만 앞세우면 녹색의 꿈이 당장이라도 실현될 것처럼 야단들이다. 에너지와 개발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그렇다. 눈만 돌리면 친환경이고, 입만 벌리면 무공해다. 넘쳐나는 친환경 구호가 오히려 환경을 지키고 되살리려는 진지한 노력을 퇴색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될 정도다.

친환경은 통상적으로 인공적 요소를 배제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학비료나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친환경 농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배하는 농작물이 인공적인 육종(育種)기술로 개량된 품종이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숙성이나 발효 과정을 거친 유기물 퇴비나 농약도 환경에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인류문명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농경과 목축 자체가 이미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인공적인 것이다.
도시를 떠난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도 친환경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70억명의 인구가 그런 삶의 방식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현대의 산업문명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현대의 인구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 극심한 가난과 질병, 그리고 사회적 차별로 가득했던 산업혁명 이전의 삶을 친환경적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친환경의 의미는 더욱 애매하다. 흔히 오염물질 배출과 지속 가능성이 친환경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신재생 에너지가 그런 기준에서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희망을 걸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중에 엄격한 의미에서 진짜 친환경 에너지는 없다. 온실 기체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고, 가장 유망한 친환경 연료로 알려지고 있는 수소도 사실 에너지전달 물질일 수는 있지만 에너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재생 에너지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태양광 발전에 의한 산림과 농지 훼손, 풍력 발전의 소음, 조력과 파력(波力)의 이용에 의한 해안 생태계와 자연 환경의 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 바이오 연료는 과거 식민시대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기도 하다. 바이오 연료에 의한 애그플레이션도 현실적인 문제다.
환경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도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용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와 환경은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 자체가 환경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엄밀한 의미의 '친환경'과 '무공해'는 불가능하다.

사실 에너지 소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에너지의 친환경성이 아니라 소비량이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도 그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환경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심각한 사회ㆍ윤리적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친환경의 환상에 집착해 자원과 에너지의 무분별한 소비를 계속한다면 우리의 환경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되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 절약이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친환경 전략이라는 뜻이다. 물론 소비를 절약한다고 해서 인구 증가와 수명 연장을 포함한 우리의 문명을 포기할 수는 없다. 환경에 관한 한 우리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전제로 하지 않는 환경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정확한 정체를 짐작조차 못하고 있는 첨단 녹색기술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녹색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일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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