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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출범 1년.. 성과와 과제]①대대적 조직개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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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송式' 세대교체 인사로 갈등 봉합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10월1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역사적 첫발을 내디딘지 1년을 맞았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15년간의 통합추진 일정에 종지부를 찍고 2009년 10월1일 LH로 재출범했다. 현 정권 들어 두 공사가 전격 통합된 것은 단순한 조직적 결합이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두 공사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벌여오던 중복 사업을 줄여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 있다.

주공과 토공은 과거 주택과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에 공공 공급주체로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으나 택지개발 등 동일사업에 대한 중복투자, 조직확대 등으로 인해 방만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경쟁적 택지개발에 따른 난개발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통합공사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적 소망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서민 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LH 출범식 자리에서 "국민에게 원망받지 않는 공기업"이 돼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로 해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이지송 초대 사장을 정점으로 LH는 휴일을 반납한채 조직개편과 재무개선에 매달려 왔다. 그러는 동안 갈등봉합을 통한 조직안정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사장이 출범 초기 강조한 '제1의 목표', 재무안정은 부진한 상태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와 정부의 신용보강 내용을 담은 법안처리 불발 등이 요인이다. LH가 414개에 이르는 사업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게 된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조정이 LH의 부담을 벗어던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을 보인다.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는 순간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취지에서다. 공기업 역할은 현대건설에서 키워온 민간마인드를 가진 이지송 사장이 역설적으로 강조해온 바다.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강력한 의지다.

더구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토지와 주택이 팔리지 않아 부채문제와 유동성 위기가 온만큼, 훗날 경기회복기를 감안한다면 사업성만으로 사업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사업조정과 함께 LH의 책임론을 앞세워 지나치게 임직원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의 폭이 크더라도 부채감축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부채가 발생한 원인은 과거 두 공사로 나뉘어있던 시절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업확대 탓도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지시한 정책사업을 수행하며 빚어졌기 때문이다.

LH 통합에 간여해온 한 인사는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나 인력 감축 주장은 인기에 영합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공기업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있지만 정책사업을 과다하게 벌인 책임을 모두 임직원에 뒤집어 씌워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신 "확장해놓은 사업과 임대와 분양 등 보금자리주택 등을 면밀하게 검토,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H의 1년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지금 출신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요. 목표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부채문제로 악화된 재무문제를 선결해야 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LH 사옥에서 만난 한 직원의 얘기다. 다른 부서 직원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전원판매 총력판매 전량판매"라는 플래카드 문구가 선명한 직원식당에서 숟가락을 들던 또다른 직원은 흡사 이지송 사장을 대신하는 듯 하다. "요즘같이 LH가 주목받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하루빨리 부채문제가 해소돼 직원들도,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반기 현재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와 414개에 이르는 사업조정 문제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LH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는 통합공사 출범 초기, 두 공사 출신 조직원간 반목을 없애는게 발등의 불이던 시절과 사뭇 다르다. 갈등은 커녕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통합 초기 이 사장의 우려가 말끔히 씻겨나간 셈이다.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보니 불편한 뒷얘기들이 묻혀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질적이던 두 조직원들이 합심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통합인사와 달라진 조직문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올 1월말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출신간 벽을 허물어 내는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려 했다. 능력있는 하위직급자를 대거 발탁, 전진 배치하고 팀장급 75%를 교체하는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통해 '이지송식'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지송 사장이 출범과 동시에 정부의 핵심정책을 빈틈없이 수행해 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한 뒤 이어진 조치였다. 이 사장은 쉴새없이 두 공사 출신들을 함께 불러 체련행사와 토론을 하면서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또 LH는 화학적 통합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분당 정자동 사옥과 구미동 사옥으로 나뉘어 있던 본사를 하나로 통합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구미동 사옥을 매각토록 해 재무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차대한 사안들이 LH를 압박하는 것도 조직원을 융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장을 필두로 경영진과 주요 팀 직원들까지 일요일은 반드시 쉬는 날로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일요일 출근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다보니 통합 이전 출퇴근을 상기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업조정과 추가 구조조정 등 여론이 집중된 사안들이 많다보니 각종 대책마련 회의가 연속된 탓이다.

통합 1년을 맞은 LH의 조직은 이런 가운데 신속히 안정되며 우선은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LH 재무개선을 위해서는 자체 구조조정이 더욱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감안해야 할 입장이다. 포퓰리즘의 발로라는 지적도 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 주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1인1자산 판매운동을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민이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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